그윽한 매화 향기가 그립습니다 by 별곡



 

조선 말 고종 때 가객(歌客) 안민영은 매화를 예찬하는 ‘매화사(梅花詞)’ 8수를 지었습니다.
‘매화사(梅花詞)’ 창작 동기에 의하면, 그가 스승인 박효관의 운애산방에서 지낼 때 마침 방안에 있던
매화가 피어 향기가 진동하여 이에 도도한 시흥이 일어나 이 시조를 지었다고 합니다.


매화(梅花)는 사군자(四君子) 중의 하나로 수많은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의 사랑을 받은 소재였습니다.
특히 옛 선비들은 겨울의 모진 추위를 이기고 피는 매화(梅花)를 지조(志操)와 절개(節槪)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바람이 눈을 몰아 산창(山窓)에 부딪히니

          찬 기운 새어 들어 잠든 매화를 침노(侵擄)한다

          아무리 얼우려 한들 봄뜻이야 앗을소냐        -안민영의 매화사 제6수-


아무리 혹독한 추위가 들이닥쳐도 새봄이 찾아왔음을 알리겠다는 매화(梅花)의 뜻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조선시대 4대 문장가 중 하나로 꼽히는 상촌 신흠(1566~1628)은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이라고 하여 매화의 굳센 지조를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근대 수필의 개척자인 김진섭도 ‘매화찬(梅花讚)’이라는 글에서 매화를 ‘엄동(嚴冬)의
한기(寒氣)를 한기(寒氣)로 여기지 않고, 모든 신산(辛酸)을 신산(辛酸)으로 여기지 않는 선구자의
영혼에서 피어오르는 꽃’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아무리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세상이지만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입니다. 이 가치들은 우리 세대가 쟁취한 가치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소중합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매화처럼 기품 있고 곧은 기개를 가진 선비들의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죽비처럼 우리들의 나태함을 후려치는 올곧은 그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작금의 나라꼴을 보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반가웠던 목소리는 우리 시대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리영희 선생의 말씀이었습니다.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경망스런 말과 행동으로 노추(老醜)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지만, 선생의 진중한
말씀은 천금보다 더 가치가 있습니다.

‘인권은 불가침의 권리이면서도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 상황 변화 속에 불굴의 인권 정신으로
싸워줄 것으로 믿는다.’ 는 노(老) 선비의 말씀이 가뭄에 쏟아지는 꿀비처럼 느껴집니다.


1970년대에 나온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유신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과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미국에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 1928~)가 있다면 우리나라에 리영희 선생이 있습니다.
선생에게서 매화의 그윽한 향기, 암향(暗香)이 느껴집니다.


덧글

  • 도시애들 2009/07/07 23:41 # 답글

    매화의 진정은 호된 겨울을 극복하고
    핀 봄의 화신이기에 그렇듯이..
    이런 어려운 시대를 슬기롭게 넘기어야
    정말 우리의 마음속에 매화가 필 터인데요...
    휴.....장마가 대단한 모양입니다.
  • 별곡 2009/07/09 23:03 #

    장마가 좀 소강 상태로 접어 들었는데
    오늘밤은 다시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봅니다.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 시인 2009/07/08 08:21 # 답글

    오늘 아침 좋은 공부를 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별곡 2009/07/09 23:04 #

    고맙습니다. 시인님 늘 좋은 날 보내시길.^^
  • 고인돌 2009/07/08 13:57 # 답글

    梅一生寒不賣香이란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지식인...
    단순히 박학다식하다고 해서 모두 지식인이 아니기에....
    지식과 지혜 그리고 지성인

    리영희선생님의 무슨말씀을 했는지 찾아봐야겠네요.^^

    참 요즘 올바르게 풀어쓴 백범일지란 책을 읽고 있는데 느끼는게 참 많습니다.

    그리고 대마도는 잘 다녀왔습니다.
    너무 짧아 그냥 주마간산격으로 본게 너무 아쉬울뿐입니다.
    언제 천천히 돌아보고 싶은 그런 곳였습니다.
    장마비 조심하세요^^
  • 별곡 2009/07/09 23:05 #

    백범일지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 보아야 할 필독서지요.

    대마도는 산행만 하고 오신 것 같더군요. 다음에 넘어가서 구경하고 왔습니다.
    우리 산행 시간 한번 맞춰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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