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을 추모하며 by 별곡

바람에 실려 가는 장미 향기처럼 오월이 가고 있습니다.
연둣빛 이파리와 빨간 덩굴장미가 아름다웠던 오월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가 버렸습니다.


바보, 노무현입니다.


죽음 앞에서 온몸이 바스러지는 고통보다 현실에서의 삶이 더 고통스럽고
치욕적이었겠지요. 명예를 존중하는 마음과 도덕성과 자존심이 누구보다도 강한
그였기에 자신을 향해 독사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드는 악귀들에게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끝내 이겨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살아도 죽은 목숨과도 같았기에 그의 드라마틱한 삶처럼 그는 극적인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살점을 물어뜯는
이리 승냥이 같은 자들에게 죽음으로써 항거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도 죽음은 가장 치열한 저항의 수단이었습니다.
사육신(死六臣)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가 튀는 고통을 참고 죽음으로써
세조의 절대 권력에 항거했습니다.

또한 질곡의 우리 현대사에서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분신과 투신으로 자신의 생명을 끊었습니다.

그것은 막다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습니다.
그의 마음도 어쩌면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는지요.


그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을 때나 낮은 자리에 내려왔을 때나 거의 매일 같이
그를 조롱하고 비웃고 부정하던 이들이 그를 추모한다면서 그의 죽음 앞에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그의 죽음마저 폄훼하고 있습니다.

살아서 오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우리들은 그들을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


그는 죽음을 택했지만 역사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수양대군을 도와 왕위 찬탈에 앞장섰던
한명회나 신숙주 같은 이는 비록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인구(人口)에 회자(膾炙) 되면서 두고두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반대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 목숨을 초개(草芥)처럼 버린 성삼문, 박팽년 등은
역사 속에서 지조와 절개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대 정치사에서 김구 선생은 고난과 역경의 삶을 살다 끝내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지만, 역사와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서 영원한
민족의 지도자로 남아 있습니다.


바보, 노무현! 그는 갔지만, 그는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임이시여,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영면하소서!






덧글

  • 비사리 2009/05/26 17:13 # 답글

    토요일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뉴스를 들었습니다
    이번 사태가 빨리 지나가고
    또 다시 밀집모자쓰고 환히 웃는 그모습 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아프네요
    저 세상에서는 이세상의 모든짐 내려놓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 도시애들 2009/05/26 17:51 # 답글

    동...감...
  • 시인 2009/05/27 09:25 # 답글

    참으로 불쌍한 분이시지요.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 oz 2009/05/27 09:42 # 답글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역사나
    피를 부르지 않는 것은 없었지만..
    특히 아름다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왜 그리도 무고하게 희생된 피가 많이 베어 있는건지..
    애써 정치엔 무관심하려고 하는데요 근데 그게..

    가슴이 꽉 막혀써요..
    매우 혼란스럽네요..
    후..
  • 일체유심조 2009/05/27 10:21 # 삭제 답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인이 돌아가시고 요 며칠 분위기를 보고 있노라면...
    참 답답하고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이 되는군요.

    이럴수록 균형된 감각으로 냉정해져야 하는데,
    편향된 시각으로...
    내 생각은 모두 옳고 남의 의견은 무조건 배격하는 분들이
    참 많아 보입니다.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는군요.

  • 고인돌 2009/05/27 16:44 # 답글

    ...
    고인이 되신뒤에서야 때늦은 후회감이 밀려옵니다.
    평소 떳떳해야함을 강조하셨던분이시기에...
    해서는 안될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듯한데
    별곡님말씀대로
    죽음은 가장 치열한 항거의 방법임에 분명하지만...
    ...

    인간의 한계...
    인생의 한계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아래글 한번 읽어보십쇼.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526221630&Section=01
  • 늘푸른 2009/05/29 15:35 # 삭제 답글

    한 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지만,
    이렇게 어리석음에 피눈물을 흘릴 줄을 우리는 왜 미쳐 깨닫지 못했을까요...

    너무도 인간적인 그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 모든게 다 꿈이라면...

    모진 인연 다 털어내시고,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


  • 2009/05/29 22: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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