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서울 나들이 by 청산별곡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한적한 중소도시에 살다 보니 서울은 어쩌다 한번씩
무슨 일이 있어야 올라다니는 곳이 되었습니다.

서울은, 열차를 타든 버스를 타든 용산이나 강남의 그 번잡한 곳에 내렸을 때,
잠시 갈 곳을 몰라 헤매는 그 막막함이 참 싫습니다.

게다가 우리처럼 매일 맑은 공기를 마시던 사람들에게 서울의 탁한 공기는
대번에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각설하고, 이번 서울 나들이는 순전히 둘째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1월에 입대한 둘째가 논산에서 훈련을 마치고 서울 시내에 있는 부대에 전속되어 근무를 하고 있어
아들 면회를 하기 위한 나들이였습니다.  

아들은 자기 전공을 살려 특기병으로 지원을 했는데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씩씩한 대한의 군인이 되었을 아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 이제나 저제나 면회를 기다리다가, 지난 주말
면회가 가능하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갔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할 때 내 걸음이 얼마나 빠르던지, 집사람은 자꾸 뒤처졌습니다.
그런 나에게 집사람은 좀 천천히 가라고  타박을 했습니다. 아들을 얼른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나 봅니다.

아들은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초소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군복이 어색하게만 느껴졌습니다만,  거수 경례를 하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웠습니다.

다음날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아들은 오후에 부대로 돌아갔습니다.
아들은 발걸음이 잘 떼지지 않았겠지요. 저도 30년 전 군대에 갔을 때 외박이나
휴가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할 때면 그랬었으니까요.
군에 갔다온 남자들이라면 아마도 다들 그런 마음 아실 것입니다.

부대 초소 앞에서 아들을 들여보내고 돌아설 때 가슴 한 켠이 아릿했습니다.
만남 뒤에는 늘 이별을 준비해야 하지만, 아직은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가 봅니다.



아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냈던 남산에 있는 친척의 아파트에서 본 서울 풍경입니다.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여 전망이 좋았습니다.
산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풍경만 눈에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친척의 말씀이, 이렇게 북한산 도봉산이 또렷하게 보이는 날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다음날은 산들이 윤곽만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밤에 무료해서 조카의 삼각대를 빌려 오랜만에 야경을 한번 담아 보았습니다. 약수동 고갯길인데 30여 년 전 서울서 대학 다닐 때 매일 넘어
다녔던 길이었는데, 주변에 아파트만 들어섰지, 강남에 비하면 그렇게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강남은 택지 개발을 막 마치고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요즘 강남에 가면 그야말로 '뽕나무밭이 변해서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부대에 들어가기 전 지하철역에서 앉아 있는 아들의 모습입니다. 
                                                        아직은 군복이 어색하게만 느껴집니다. 6월쯤 짧은 휴가가 있다고
                                                        하니 보고 싶더라도 그때까지는 참고 기다려야겠지요.

            




덧글

  • 일체유심조 2009/03/23 20:25 # 삭제 답글

    청산별곡님....
    미리 연락을 주시지 그러셨어요. 전화번호도 아실터인데....
    참 아쉽습니다.

    더구나 주말이라 약주한 잔 대접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드님이 서울에서 근무한다고 하니 가끔 올라오시겠네요.
    다음엔 미리 연락 주시는 것 잊지마세요.^^
  • 청산별곡 2009/03/23 22:47 #

    짧은 나들이었는데요.^^
    다음에 좀 길게 날 잡아서 간다면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 시인 2009/03/24 09:42 # 답글

    아드님이 서울에 근무를요?
    어디에...?

    저도 알았으면 함 뵙는 건데...아쉽네요.

    이왕 오신거 삼각산,도봉산에도 오르고 가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ㅎ

    아드님과의 만남..아쉬움이 크시겠지만 6월에 휴가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세요.^^
  • 청산별곡 2009/03/30 11:05 #

    얼른 얼굴만 보고 왔습니다.
    차분하게 한번 상경하면 뵐 날도 있겠지요.
    마음만이라도 고맙습니다.^^
  • 늘푸른 2009/03/24 13:09 # 삭제 답글

    짧은 만남이었지만 대견하고 반가우셨겠어요..
    부모에게 살가운 자식이라 더 애틋하셨겠네요..

    저도 큰애 만나러 지난 놀토에 서울 다녀왔어요.
    두 달 만에 보는 건데도 까마득히 오랜만인 둣 싶었어요.
    아직은 군복이 어색한 모습이지만 첫 휴가땐 늠름한 군인이 되어 오겠지요? ^^
  • 청산별곡 2009/03/26 18:51 #

    늘푸른님도 면회 다녀오셨군요.
    씩씩한 군인이 된 아들의 모습을 본 소감이 어땠습니까?^^

    부대 앞에서 헤어질 때는 애틋한 마음이 들더군요.
    늘푸른님께서도 아마 그런 마음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날들 보내시길.^^

  • oz 2009/03/24 14:47 # 답글

    오아..
    늠름한 국군장병 아저씨답~~
  • 청산별곡 2009/03/26 18:53 #

    아들이 군 생활 잘 하고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2009/03/25 22: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청산별곡 2009/03/26 18:57 #

    아드님 군 생활할 때 님께서도 애틋한 마음이셨지요.

    크면서 부모 속 한번 안 썩인 녀석이었습니다.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하게 되어서
    저도 그렇고 부모 입장에서도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 고인돌 2009/03/27 09:04 # 답글

    ^^ 간만의 서울나들이길에 아드님 면회까지....^^
    사모님보다 앞서나간 별곡님의 발걸음 얘기를 읽으며 훈련소때 면회오셨던 아버님이 떠오릅니다....

    별곡님 대학시절과 지금의 서울...
    말씀하신대로 상전벽해로도 부족하지 않나싶습니다.

    그나저나 둘째자제분 얼굴에 군기가 바짝 들었는데요^^

    주말 잘 보내시길...
    전 오늘 오후 반가내고 피아골대피소로 가 함태식선생님 뵙고 하루밤 자고 오려구요.
  • 청산별곡 2009/03/27 22:48 #

    좋은 계획이시군요. 저는 요즘 너무 바빠서
    산에도 자주 못 가고 있습니다.
    고인돌님 부럽습니다.^^

    함선생님은 그만 두신다고 하시던데..... 아직 계신 모양이군요.
    잘 다녀오시고 좋은 소식 전해 주세요.^^
  • 심퉁이 2009/03/31 13:42 # 삭제 답글

    벌써 아이들이 다컸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제 고딩 중딩 ....요즈음 고생하시지요 산도 잊어버리고 그래도 시간 좀 내주세요 산야를 찾아 해메 보시게요..
  • 청산별곡 2009/04/03 06:57 #

    시간 내서 같이 산행도 합시다.
    세월 참 빠르게 흐릅니다. 심퉁님 아이들도 금방
    대학 가고 군대 가고 할 것입니다.
    조만간 뵙기를.^^
  • 도시애들 2009/04/01 22:24 # 답글

    십여년전 춘천에서 애를 들여보내고...
    100일을 기다려 속초로 면회가던 생각이...
    정말 핏줄이 무엇인지 느낄수 있던..ㅎㅎ
    그나저나 서울에 오셨는데...이룬참...
    잘하면 뵐수 있었을 터인데..ㅋㅋㅋ
    언제 함 뵐수 있겠지요..ㅎㅎ
  • 청산별곡 2009/04/03 06:58 #

    맞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핏줄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지요.
    얼음집으로 이사 와서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주 뵙기를.^^
  • 열무김치 2009/04/09 23:37 # 삭제 답글

    님의 글을 읽고 한때 아들 면회를 위해 정선까지 다니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가버렸는지 실감이 가질 않습니다.
    군에 있었을땐 그래도 심적인 부담은 덜 했던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고민이 많지요.
    사회에 나오면서 학창시절, 군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듯 싶습니다.
    건강하게 잘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도 드리겠습니다.
  • 청산별곡 2009/04/27 19:47 #

    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취직 걱정 때문에 고민이 많지요.
    아들이 제대하고 취업할 때쯤이면 경제가 잘 풀려서
    젊은이들이 원하는 곳에 취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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