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격자봉 사진 산행기 by 별곡

※산행일시: 2007년 2월 24일 토요일
※날씨: 흐리다가 조금 맑아짐
※산행 참가자: 송백님, 산죽님, 산퉁님, 메아리님, 늘산님, 닻별과 나
※산행코스: 보길도 청별항(10분)-보길도 파출소 옆 등산로 입구(80분)-광대봉(30분)-큰길재(30분)-
수리봉(25분)-격자봉(50분)-뽀래기재(15분)-백련사 갈림길(10분)-보옥리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는 격자봉에서
지나간 추억들은 반짝이는 햇살로 떠오르고

         
  
첫배(7시 20분 출발)를 타기 위해서 해남 땅끝에 도착하니 여명 속에서 배들은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는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이어라 이어라
漁어村촌 두어집이 냇속의 나락들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말가한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뛰노나다.
                                      -고산(孤山) 윤선도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춘사(春詞) 제4수-

보길도 격자봉에 올라 봄기운이 가득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힘차게 배를 저어 나가며 선유(船遊)를 즐기는
고산(孤山) 윤선도의 환영이 보이는 듯하다.

보길도에
은거하면서 그는 우리 시조문학의 백미(白眉)로 꼽히는 ‘어부사시사’ 40수를 지었다.

시조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고산(孤山)은 이 작품에서
강호한정(江湖閑情)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노래했다.

유배와 추방으로 점철된 그의 정치적 역정(歷程)에서 자연에 몰입하고자 하는 소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보길도에는 세 번 가 보았다. 처음 보길도를 찾은 것은 이십칠 팔 년 전이었다.
지금 보길도는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보길도는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다.

군에서 첫 휴가를 나온 나는 집사람과 함께 보길도를 찾았었다.
예송리 갯돌 해수욕장에 텐트를 치고 2박 3일 동안 낚시를 하면서 낭만적인 날들을 보냈다.

밤이면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지고, 바다 멀리 불빛 두어 점이 졸듯이 깜박거리고,
억겁(億劫)의 세월 속에서 닳고 닳은 갯돌들이 파도에 쓸릴 때마다 좌르르하면서 구르는 소리는
그대로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그 당시에는 예송리 뒤를 병풍처럼 두른 산이 격자봉인지도 몰랐었다.
오늘 산우(山友)들과 함께 걷는 격자봉 능선에서 나는 홀로 추억에 잠겼다.
아마 내 앞에서 걷는 집사람도 추억에 잠겼으리라.

저기 보이는 저 은화(銀貨)처럼 반짝이는 바다 위로 수많은 세월이 오고 다시 갔다.
아,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 버린 내 청춘이여!

보길도의 등뼈를 이루는 산, 격자봉(433m)의 천연상록수림은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빨간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뒹구는 등산로를 따라가면 곳곳에 전망 좋은 바위가 나와 통리, 예송리, 보옥리 등
보길도의 수려한 풍광들을 조망할 수 있다.


배가 출항하자 드디어 해가 불끈 솟았다. 바다는 붉게 물들었다.


몇 년 전 새로 만든 땅끝 전망대도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땅끝을 출발한 철부선이 넙도와 노화도를 거쳐 보길도 청별항에 도착한다.


보길도 청별항에서 우리를 반겨준 것은 빨간 동백꽃이었다. 지금 남도는 동백꽃의 향연이 한창이다.


보길도 파출소 옆 등산로 입구에서 10여 분 정도 오르면 전망 좋은 바위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노화도의 이포항이 지척이다. 노화도와 보길도는 뱃길로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 일행을 태우고 왔던 장보고호가 이포항으로 가고 있다. 사진의 제일 끝에 완도의 진산인 상황봉(644m)이 보인다.


보길도와 노화도를 잇는 연도교(連島橋) 공사가 한창이다. 이 다리가 연결되면 땅끝에서 가까운 노화도의
산양 선착장까지만 배를 타고 와서 차를 몰고 보길도에 들어올 수 있다. 편리해지겠지만 지금도 피서철이면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하는 보길도의 모습이 어떠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보길도 주변은 온통 양식장이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노화도와 보길도 사이에 설치된 전복 양식장이다.
양식장 사이로 배가 다닌다.


전망 좋은 바위를 지나면 바위 능선이 나온는데 이곳에 서면 좌측으로 보길도 통리 해수욕장이
그리고 소안도가 뚜렷하게 보인다.


바위 능선에서. 좌로부터 늘산님, 송백님, 산죽님, 닻별, 나, 메아리님, 뒤로 노화도의 이포항이 보인다.
이곳에서 우측 뒤로는 해남의 땅끝과 달마산은 물론이고 두륜산까지 실루엣으로 조망된다.


보길도 격자봉 등산로는 난대림의 천연상록수림이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동백나무를 비롯한 상록수들이
빽빽하게 들어찼지만 군데군데 조물주는 전망 좋은 바위를 만들어 놓아 수려한 보길도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광대봉에서 본 보길도 예송리. 예송리 앞 해변이 그 유명한 갯돌 해수욕장이다. 예송리 앞 섬이 예작도이고
그 뒤로 보이는 섬이 당사도이다.당사도는 예전에 제주방면에서 들어오는 첫 관문이라는 뜻에서 항문도(港門島)라고
불렸는데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서 바꾼 지명이 자지도(者只島)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 역시 어감이 좋지 않아서
당사도(唐寺島)로 바뀌었다.






예송리 앞 기섬과 그 주변 양식장의 모습. 전복과 전복의 먹이인 다시마와 미역 양식장이다.
산 위에서 보니 기하학적 무늬 같다.


봄기운 가득한 바다에는 따뜻한 봄 햇살이 자글자글하다. 봄은 남쪽 바다를 건너와서 이곳 보길도에서 북상을 준비 중이다.


광대봉에서 본 격자봉 능선. 맨 앞이 수리봉 그 다음이 격자봉


수리봉에서 본 예송리 앞바다 풍경.


보옥리에 있는 뾰족산. 우리 일행은 격자봉을 지나 뽀래기재에서 좌측 보옥리로 하산했다. 뽀래기재에서 망월봉을
거쳐 선창리의 망끝전망대로 하산할 수도 있다.


보옥리 공룡알 해변.

보길도는 완도의 화흥포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탈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해남의 땅끝에서 배를 탄다.
땅끝에서 보길도까지는 하루 여섯 번 땅끝호와 장보고호가 아침 7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는데
넙도와 노화도를 거쳐 보길도 청별항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땅끝 매표소 061-535-4268, 보길매표소 061-553-5632)

하산 지점인 보옥리에서 철부선이 닿는 청별항까지는 버스나 택시로 이동한다.

덧글

  • ilsanchung 2007/03/02 21:02 # 답글

    너무나 멋진 풍경과
    보옥리 해변
    이국적 입니다.
    사진 잘 담아 오셨네요.
  • 청산별곡 2007/03/03 21:34 #

    멋진 봄맞이 산행이었습니다.
    대기가 좀 흐릿했지만
    동백꽃과 살랑대는 봄바람이
    운치를 더한 산행이었답니다.^^
  • 樂山(락산) 2007/03/02 21:16 # 답글

    양식장 그림이 새롭습니다.
  • 청산별곡 2007/03/03 21:34 #

    산 위에서 본 양식장은
    멋진 한 폭의 추상화였습니다.^^
  • witan 2007/03/02 21:23 # 답글

    남도의 풍경에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습니다.^^
    보길도의 산도 좋지만 바다 위의 양식장이 장관이네요.
    마치 넓게 펼쳐진 전답같습니다.^^

    날이 흐린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일출 사진을 비롯해서 사진 한장 한장이 모두 작품이네요.^^
  • 청산별곡 2007/03/03 21:36 #

    양식장이 얼마나 빽빽하게 들어찼는지 그 사이로
    배들이 다니는 것이 신기할 정돕니다.^^
  • 파별천리 2007/03/02 23:40 # 삭제 답글

    이야기가 있고 테마가 있는 님의 산행기는 매번 기다려집니다.

    시조 한수와 곁들여진 아름다운 풍광들. 눈이 호강하고

    당사도의 지명유래에서 많이 웃고갑니다!!!
  • 청산별곡 2007/03/03 21:37 #

    지금도 당사도라는 이름보다 옛 이름이
    더 알려졌답니다.^^
  • 산수유 2007/03/02 23:53 # 답글

    멋진 산행 아름다운 바다
    그림같은곳 보길도에 최고에 사진전 그리고 시조 잘 감상하고 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청산별곡 2007/03/03 21:38 #

    산 위에서 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랄까요.
    수유님도 편안한 휴일 보내시길.^^
  • 히메 2007/03/03 10:20 # 답글

    잠깐 보고 나갈려다가, 환상적인 모습에 몇자 적어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환~~~타스틱하네요. 남도의 봄을 맞으러 사무실을 뛰쳐나가고픈 마음입니다.
    봄내음이 여기까지 술술~~~~이에요 ^^
  • 청산별곡 2007/03/03 21:40 #

    요즘 워낙 날씨가 푸근해서
    봄도 다른 해보다 일찍 오는 것 같습니다.
    봄철에는 섬 산행이 상당히 매력이 있습니다.
    사량도의 지리산도 그렇고 남해의 금산도 매력적인
    산행지입니다.
    편안한 휴일 되시길.^^
  • 김정선 2007/03/05 14:21 # 답글

    삼년전 삼월초에 보길도 당일 여행을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봄에 섬을 여행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온 몸으로 전해질 정도로 제겐 충격이였습니다.
    포근하고 아늑한 섬의 느낌이란 양지바른 곳에서 봄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그것 보다도 더 하게
    절 따뜻이 안아주었습니다.
    이번 삼월 말에는 예송리 가기 전 중리 해수욕장 근처를 여행 하려고 합니다.
    백사장이 팔백미터 정도 된다고 자랑하던 펜션 주인의 말을 희망삼아 다시 봄의 섬을 느끼러 가려구요.^^
    너무 멋진 사진 모두 잘 봤습니다.
    하나하나 정말 귀하고 정성이 가득 담겨서 그날의 행복감이 저에게도 전해집니다.
  • 청산별곡 2007/03/05 21:17 #

    블로그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삼월 말의 보길도 여행이
    아름다운 추억 여행이 되시길.^^
  • 꿈꾸는.. 2007/03/05 16:50 # 답글

    아~~
    사진 너무 잘봤습니다.
    건강하시죠~~~
  • 청산별곡 2007/03/05 21:18 #

    넵, 건강하게 열심히
    산에 다니고 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길.^^
  • 보석공주 2007/03/06 15:59 # 답글

    멋진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동백꽃이 아주 아름답네요.
    제 카페에까지 올려주셔서 영광입니다. *^^*
    꼼짝못하고 작업실에 콕~~
    덕분에 오늘은 공룡알해변가를 실컷 거닐어 볼렵니다.
  • 청산별곡 2007/03/07 16:00 #

    요즘 바쁘신 모양입니다.
    매서운 꽃샘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오늘도 크게 웃는 날 되시길.^^
  • 碧泉(벽천) 2007/03/07 16:16 # 답글

    보옥리 해변이 참으로 멋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보길도를 다시 찾고 싶습니다.
    보길도를 다녀온 것이 얼마만인가 까마득합니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 청산별곡 2007/03/08 08:39 #

    보길도 가 보셨군요.
    벽천님이 가셨을 때와는
    많이 변했을 것입니다.
    이제는 워낙 유명 관광지가 되어서
    말입니다.^^
  • 碧泉(벽천) 2007/03/08 10:50 #

    그렇군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민박집 주인이 물미역을 마음껏 먹으라고 주었던...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
    대나무숲에 사는 큰 새...
    동백나무 숲...
  • 樂山(락산) 2007/03/08 09:07 # 답글

    윤선도의 보길도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 청산별곡 2007/03/08 21:54 #

    섬 자체도 아름답고 격자봉이라는
    멋진 산행지도 있으니 보길도는
    일석이조의 섬입니다.^^
  • 고인돌 2007/03/14 07:15 # 답글

    마음속의 섬을 다녀오셨군요.^^
    그리도 가보고 싶었는데...
    봄내음이 느껴지는 보길도 풍경 잘 구경하고 갑니다.
    저도 언제 가볼날이 있겠죠?^^
  • 청산별곡 2007/03/15 16:04 #

    언제 꼭 가 보십시오.
    보길도는 늘 거기 있으니까요.^^
    하루쯤 민박하면서 둘러보면 좋겠지요.
    차는 땅끝에 놔두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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