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풍경 몇 점 by 별곡

배가 드나드는 강이나 개의 어귀를 포구(浦口)라 한다. 배가 드나드는 그곳에는 만남과 떠남이 있다. 그래서 포구(浦口)에는 늘 떠나는 자의 눈물과 남는 자의 안타까운 한숨이 새벽안개처럼 질펀하게 남아 있다.


영광법성포구

고려의 시인 정지상의 절창(絶唱) ‘송인(送人)’이라는 시가 나온 곳도 대동강의 어느 포구(浦口)다.
雨歇長堤草色多 비가 갠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르고
送君南浦動悲歌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 마를 것인가,
別淚年年添綠波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네.
봄이 와서 풀빛은 더욱 짙어 가는데 임과 이별해야 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떠할까?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임과 이별하는 사람의 슬픔은 더욱 클 것이다. 봄비를 맞아 생기가 넘치는 풀들의 모습과 대비가 되어 임을 떠나보낸 사람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지고, 마음속 슬픔은 노래처럼 터져 나온다. 그 사람은 서러움과 슬픔으로 해마다 강가에서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며 이별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하여 그 눈물 때문에 대동강 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절묘한 발상이 시적 감흥을 더해 준다.

이 시처럼 이별과 만남이 있는 포구(浦口)는 낭만적이다. 그러나 그곳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낭만에 앞서 치열한 삶이 있다. 포구 옆에는 갯마을이 있고 대부분 그 마을 사람들은 바다와 개펄에서 생업을 이어간다. 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에 맞서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지난(至難)하고 고달프다. 그들의 주름이 깊게 팬 얼굴과 상처투성이의 손에는 지나온 삶의 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출항을 위해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






개펄에서 작업하는 아낙들의 모습-어쩌면 멀지 않아 이런 풍경도 사라질지도 모른다.

서해안은 기름진 개펄이 잘 발달된 곳이다. 그러나 대규모의 간척과 산업화의 미명 아래,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고 육지에서 흘러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정화한다는 이 개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제 개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내가 사는 곳에서 흔하게 보던 개펄도 점차 사라져 이곳 사람들이 자주 먹던 낙지도 예전 같이 많이 잡히지 않아 가격이 폭등하기도 한다. 개펄이 없어진다는 것은 결국 풍경도 사라지게 만들고, 미각(味覺) 또한 잃어버린다는 의미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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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樂山(락산) 2007/03/21 16:42 # 답글

    질펀한 삶이 있는 영광 법성포구
    정겨운 곳이지요.
  • 청산별곡 2007/03/21 18:11 #

    포구는 늘 시끌벅적한 곳이지요.
    또한 정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구요.^^
  • witan 2007/03/21 17:35 # 답글

    법성포구는 3년 전쯤에 한번 갔었습니다.
    서해안을 따라 가족여행을 갔었던 적이 있었지요.
    안면도, 변산반도, 선운사를 거쳐 법성포까지 내려갔었습니다.
    http://blog.empas.com/sp6169/4134312

    포구 옆 상점들은 온통 굴비가게이더군요.
    영광굴비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법성 포구로부터 들어온
    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먼 바다로부터 물줄기를 타고 포구 안쪽으로 깊이 배가 들어오는 구조가 인상적이더군요.
    그래서 별곡님의 블로그 새글의 사진 첫머리를 스크롤해보고서 바로 법성포구로구나 했지요.^^;
  • 청산별곡 2007/03/21 18:14 #

    맞습니다. 법성포구입니다.굴비의 원조 고장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가
    도래한 곳이 바로 법성포라고 합니다.
  • witan 2007/03/21 17:32 # 답글

    아,
    그러고 보니 렌즈가 망원줌이더군요.
    70-300mm일 것 같은데(exif 정보가 일부 삭제돼서 렌즈 정보는 안나오네요)...맞는지요?
    어느 회사 제품인지요...사용해보시니 괜찮던가요?

    뜬금없이 렌즈 질문만 하고 있네요~~~^^;;
  • 청산별곡 2007/03/21 18:15 #

    렌즈는 witan님도 쓰시는 싸구마(?) 아포 DG입니다.^^
  • witan 2007/03/21 20:32 #

    그렇군요.~~
    DG면 제것보다는 훨씬 신형이네요.^^

    밝기가 어둡다는 점과 AF가 느리게 버벅대는 것만 빼면 그런대로 쓸만한 렌즈입니다.

    아~~,
    맘에 안드는게 한가지 더있군요.
    코끼리코!!
    경통이 마치 코끼리 코처럼 앞으로 쭉 나오는게 영 보기가....^^::
    그래도 저는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 보석공주 2007/03/21 20:03 # 답글

    법성포하면 굴비밖에 모른답니다.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니 삶의 현장이 생생이 살아나는듯합니다.
    개발로인해 환경이 파괴되는건 이제는 그만해야되지 않을까요?
    너무 안타깝네요.
    우리의 2세들은 과연 어찌 살아가야할런지요?
  • 청산별곡 2007/03/22 15:30 #

    새만금 같은 간척지는 지금도 말이 많지요.
    제가 사는 곳도 간척으로 인해 개펄 대신
    넓은 농토가 생겼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많습니다.^^
  • 파별천리 2007/03/21 20:58 # 삭제 답글

    산행기뿐만아닌 낭만을 노래하는 님의 감성이 부럽습니다.
    아내가 즐겨보는 드라마처럼 매주 기다려지는데 예고편(?)은 안하시는지요?
    참! 도봉산다녀와서 멋진 사진 몇컷 보내드릴려다가 아직은 일천한지라
    선생님을 통해 더 눈을 뜨고 제 작품(?)도 자랑할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산행 하시기를...
  • 청산별곡 2007/03/22 15:31 #

    좋은 산행 하시고, 가끔은 산에서
    만나 함께 산행했으면.^^
  • 시인 2007/03/22 10:37 # 답글

    포구의 풍경이 저에겐 참 평화로워 보이는군요.
    개펄의 아낙네 모습도...

    근데
    저런 개펄이 없어진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네요.
  • 청산별곡 2007/03/22 15:32 #

    이제는 개펄의 유용성과 간척사업으로
    얻어지는 이익에 대하여 진지하게 검토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碧泉(벽천) 2007/03/22 11:10 # 답글

    개펄에서 찬물에 일하시는 분들 얼마나 춥겠어요.
    마음이 아파요.
    어떤 여자들은 남편 잘만나 골프치고 맛있는 음식점 찾아 다니고...
    세상은 공평하지 못한 것 같기도하고...
    부의 세습, 가난의 세습...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 청산별곡 2007/03/22 15:35 #

    힘들게 일하시는 사람들 보면
    마음이 저릿합니다.
    사진에 담는 것도 조심스럽고요.
    옛날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그분들의 고생으로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지요. 고마운 마음 잊지 말아야지요.
  • 고인돌 2007/03/26 10:26 # 답글

    포구!
    그곳에도 분명 헤어짐과 만남이 공존하련만....

    헤어짐이 더 강하게 남는것은
    그 무게가 더 크기때문일까요?^^

    귀한 사진과 글들 잘 보고 갑니다.
  • 청산별곡 2007/03/26 15:37 #

    오랜만에 오셨군요. 바쁘셨던가 봅니다.
    포구에는 갯가 사람들의 진한 삶의 애환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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