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by 별곡

어제(2007.3.25 일요일) 송백님과 달마산 종주 산행에 나섰습니다. 달마산 산행을 마치고 아름다운 절집 미황사에 들렀습니다. 미황사는 지금 동백꽃이 한창입니다. 동백꽃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 올라가 느긋한 마음으로 미황사 마당에 서서 방금 지나온 달마산 산봉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산 위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헬기가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산에서 사고가 났음을 직감했습니다.

달마산은 바위와 암릉이 많아 위험한 구간이 곳곳에 있는데다가 어제 비까지 내려 등산로가 상당히 미끄러웠습니다. 틀림없이 그런 위험하고 미끄러운 곳에서 산꾼들 중 한 명이 넘어져서 많이 다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저 헬기를 친구가 몰고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친구는 오랫동안 군에서 헬기 조종사로 근무하다가 전역 후 지금은 전남소방본부 항공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 달마다 갖는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나는 그 친구에게 ‘친구, 내가 혹 산에서 다치면 바로 자네에게 헬기 요청을 할 터이니 바로 달려와 주게’ 하면서 농담도 하곤 했었지요.

이윽고 미황사 구경을 마치고 송백님 차를 타고 월송 쪽으로 가는데 초등학교가 보이고 그 학교 운동장에 내려앉은 헬리콥터와 대기하고 있는 119 구급차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대관절 무슨 사고가 났는가? 친구가 왔는가? 궁금하여 그곳에 들렀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내려앉은 헬기와 구급차를 보고 무슨 사고가 났는가? 친구가 오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지나치려다 이곳에 들렀습니다.

아 그랬더니, 주황색 바지에 항공잠바를 입고 운동장을 걷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뜻밖의 장소에서 친구와 나는 반갑게 만났습니다. 2주일 전 광주에서 있었던 토요일 모임에서 친구를 만났지만, 사실 이런 곳에서 또 만날 줄이야 꿈에나 생각했겠습니까?

친구에게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어느 산악회에서 온 아주머니 한 분이 바위에서 떨어져 팔과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구조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아주머니를 구조하기 위해 바로 헬기가 떴지만 헬기가 내릴 수 없는 곳에서 사고가 나, 현재 119 구조대가 걸어서 산에 올라가 응급조치를 한 후 헬기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 중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헬기에서는 구조대원들이 헬기에 그물망을 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산 위에서, 헬기에서 보이는 곳으로 부상자를 이동시켰다는 무전 연락이 오자 그물망에 구조대원 한 사람이 타고 헬기는 다시 달마산 위로 날아갔습니다. 한 20여 분 정도 지나자 헬기 그물망에 구조대원과 함께 들것에 누워 있는 부상자가 학교 운동장에 무사히 내렸습니다.

다행히도 아주머니는 팔과 다리 골절상만 입었고 머리와 얼굴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즉시 대기하고 있던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갔습니다. 무사히 임무를 마친 친구는 다음 모임에서 보자면서 헬기를 몰고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뜻하지 않은 장소와 시간에 친구를 만나다니, 우연치고는 기막힌 우연이었습니다. 살다보면 때때로 우리네 인생이 이런 우연한 만남이 있기도 하지요. 헬기를 몰고 하늘 저 멀리 사라져 가는 친구가 멋있게 보였습니다.


안전사고가 난 달마산을 배경으로 초등학교 운동장에 헬기가 앉아 있습니다.


구조대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친구(항공잠바 입은 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구조대원을 그물망에 매달고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헬기가 이륙하고 있습니다.


달마산으로 날아간 헬기가 20여 분 정도 지난 후 부상자를 데리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부상자를 그물망에서 내리고 있습니다.


부상자를 구급차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구조대원이 119구급대원에게 부상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주머니는 다른 곳에는 부상을 입지 않고 팔다리 골절상만 입었다고 합니다.


구조임무를 무사히 마친 친구와 구조대원들이 돌아가기 위해 헬기에 오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군인으로서 우리의 하늘을 지키다 이제는 섬이 많은 남도에서 응급환자나 부상자 수송, 그리고 산불 진화 작업 등의 임무 수행을 하느라 수고하는 친구가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사족 : 산꾼들이여, 산에서 안전사고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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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碧泉(벽천) 2007/03/26 17:32 # 답글

    그래요.
    사고가 발생하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을 비롯하여 구급대원이나 바로 옆에 있던 사람까지 모두 고생을 하지요.
    우리 모두 산행시에는 조심을 해야합니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요.
    저는 어제 아내와 함께 검단산에 가서 산새를 촬영해 왔습니다.
  • 청산별곡 2007/03/27 09:48 #

    산새 잘 보고 왔습니다. ^^
    산에서는 항상 조심해야지요.
    저도 늘 안전산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碧泉(벽천) 2007/03/30 23:35 #

    맞습니다.
    우리 별곡님 산행 자주 하시는데 늘 안전사고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 witan 2007/03/27 00:53 # 답글

    별곡님은 멋진 친구분을 두셨군요.^^
    부럽습니다~~

    미황사 동백꽃은 어떻든가요? 좋겠지요? ^^
    한두 송이 핀 것을 빼면 동백꽃을 제대로 구경한 적이 없네요.
  • 청산별곡 2007/03/27 09:50 #

    미황사 동백꽃이 좀 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황사는 담백한 절집입니다.^^
  • 고인돌 2007/03/27 06:53 # 답글

    ^^
    바위산...
    구경하기는 좋은데...
    항상 추락을 조심해야죠.

    좋은 친구분, 멋진 친구분과의 우정 오래오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 청산별곡 2007/03/27 09:52 #

    산에서는 늘 조심해야지요.
    달마산은 암릉이 많아 위험한 곳이 좀 있습니다.
    게다가 전날 비까지 내렸으니.......
    산에서는 조심조심 또 조심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 고인돌 2007/03/30 22:55 #

    내일 동료들과 홍성에 있는 용봉산엘 가기로 했는데...
    날씨때문에 다들 안갔으면 하길래...
    저혼자 가기로 했습니다.
    대신 홍성에 있는 친구를 만나 산은 함께 오르기로 했죠.
    별곡님도 산엘 가시던 집에 계시던 좋은 주말되시길...
  • 보석공주 2007/04/25 23:52 # 답글

    멋진 친구분이시네요~

    저도 올초에 관악산에 갔다가 헬기가 뜨는걸 봤지요.
    헬기장이 너무 멀리있어도 힘들겠다는 생각했습니다.
  • 청산별곡 2007/04/27 08:49 #

    산에 가서 헬기가 뜨면 놀라게 됩니다.
    무슨 사고가 났나 하고 말입니다.
    아무튼 산에서는 조심조심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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