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에서 구봉산까지 by 별곡

※일시 : 2007년 4월 28일 토요일
※날씨 : 맑음
※함께 산행한 사람 : 송백님, 산죽님, 나
※산행코스 : 피암목재(55분)-활목재(35분)-운장산 서봉(15분)-운장산 정상(25분)-운장산 동봉(40분)-각우재(50분)
                  -1084봉(45분)-복두봉(70분)-구봉산 천황봉(30분)-돈내미재(25분)-천황암(15분)-천황저수지(30분)
                  -상양명 마을 구봉산 주차장

완주의 고산을 지나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를 끼고 운장산을 찾아 가는 구절양장(九折羊腸) 길은,
잔잔한 수면(水面) 위로 산 그림자가 소리 없이 내려와 곱게 담기고 연둣빛 신록이 싱그러운 아름다운 길이다.

산자락을 감고 돌아가는 길마다 이제 막 돋아나는 찬란한 연둣빛 이파리들이 아침 햇살과 어울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아정에서 바라본 대아저수지


대아저수지의 반영

운장산은 지난겨울에, 복두봉은 3년 전 광복절 날, 구봉산은 작년 4월 초에 산행했었다.
그 때마다 이들 산봉우리에 서서 언젠가 이 세 봉우리를 이어서 산행하리라 마음먹곤 했었다.

오늘은 운장산의 피암목재를 산행 들머리로 잡았다. 그것은 운장산의 서봉, 상봉, 동봉을
차례대로 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하산 지점인 구봉산에서 차량 회수를 위해
피암목재로 다시 돌아가기 쉽기 때문이기도 했다.

피암목재 넓은 주차장에는 서너 대의 승용차만 주차되어 있다. 이곳에서 완만한 100여 미터 정도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단층건물이 나오고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는 운장산 서봉까지 2.5km, 구봉산까지 12.2km를 가리킨다. 이정표에서 7~8 분 정도 오르면 능선에
서게 되는데 조망이 확 트인다. 발밑으로는 피암목재에서 운일암 반일암 계곡으로 가는 구부구불한
도로가 보이고 멀리 물결치듯 멀어져간 능선 끝에는 대둔산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산등성이 곳곳에는 산벚꽃이 곱게 피어 이제 막 물이 오른 연둣빛 신록과 어울려 모자이크 장식을 해 놓았다.


피암목재.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한여름 최고의 피서지로 꼽히는 운일암 반일암 계곡이 나온다.

산길에는 늦게 핀 진달래가 남아서 산꾼들을 반긴다.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지나자 좌측으로 내리막길이 나온다.
지도를 보니 독자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렇다면 이곳이 활목재다.

여기서부터 운장산 서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30여 분 간 이어진다.



활목재에서 운장산 서봉에 이르는 산죽 길 길섶에는 억센 산죽과 힘겹게 자리 싸움을 하며 얼레지가 무리 지어 피었다.

산죽 무성한 길 가장자리 군데군데에 얼레지가 피어 있다. 산행 중에 얼레지는 처음 본다.
타원형의 잎 사이에 솟은 꽃대에는 자줏빛 꽃이 수줍은 듯 매달려 있다.
꽃잎이 뒤로 젖혀지고 수술이 나온 그 모습은 참으로 특이하다.

가풀막진 길이지만 얼레지를 보면서 쉬엄쉬엄 오른다. 그 오르막길 끝에 햇살에 반짝이는 산죽 숲이
마치 별천지로 들어가는 문처럼 서 있다. 햇살 쏟아지는 저곳에 서면 이제 서봉에 서게 되리라.


서봉 직전 산죽 숲. 활목재에서 서봉까지는 경사 가파른 치받이 길이다. 가풀막진 오름길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곳을 쳐다보니 마치 별천지로 가는 문처럼 느껴졌다.

운장산 서봉에 섰다. 오늘 올라야할 다섯 봉우리(운장산 서봉, 상봉, 동봉, 복두봉, 구봉산 천황봉) 중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른 것이다. 정면으로는 운장산 정상인 상봉이 좌측으로는 동봉이 보인다.

서봉 벤치에는 산꾼 두 사람이 한가롭게 앉아 봄 햇살을 즐기고 있다.


운장산 서봉. 우측 봉우리가 정상인 상봉, 좌측 봉우리가 동봉


지난겨울 서봉에서 바라본 정상과 동봉의 모습(2006.12.3)

지난겨울에는 내처사동을 산행 들머리로 하여 동봉에 올라 상봉을 거쳐 이곳 서봉에서 연석산까지
이어지는 능선 길을 걸었었다. 그 당시 환상적인 눈꽃에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났다.

서봉에서 동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산죽만 푸를 뿐 아직 검은 빛을 띠고 있다.
천 미터가 넘는 고원 지대에 봄은 아직 이르다.


운장산 정상 상봉.

서봉 이정표는 구봉산까지 8.5km를 가리킨다. 여기서 채 20분이 걸리지 않아 운장산 정상인 상봉에 도착한다.
날은 화창하지만 연무(煙霧)가 엷게 낀 날씨라 조망은 뚜렷하지 않다.

잠시 후 동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동봉으로 가는 길도 산죽이 무성하고 길섶에는 얼레지, 현호색, 개별꽃,
제비꽃이 제각각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다투어 피어 있다. 동봉에 도착한다.

멀리 진안의 명물 마이산 한 귀퉁이가 흐릿하게 보인다. 동봉에서 상봉과 서봉을 바라보며 작별 인사를 한다.

동봉을 지나면 곧이어 내처사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지난겨울 운장산과 연석산을 연계 산행할 때는
내처사동을 산행 들머리로 했었다. 곧이어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험한 곳을 지나 작은 봉우리에 서게 되는데
이곳에서 우측 길을 따라야 한다.

앞서 가던 송백님은 이 길로 내려갔는데 나와 산죽님은 이 길을 놓치고 그대로 직진하여 20여 분을
헤매다 다시 돌아와야 했다.


운장산에서 복두봉을 거쳐 구봉산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산죽 밀생(密生)지역이 많다. 때로는 키를 넘는 산죽들이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우측의 경사가 급한 산비탈을 타고 내려가면 외처사동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난다. 바로 각우재다.
이제 운장산과는 이별이다. 임도를 건너면 1084봉(다른 지도에는 1087봉으로, 2005년 판 한국 100 명산
-산악문화 발행-에는 1084봉으로 나와 있다)으로 가는 입구에는 등산 안내판과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복두봉까지는 3.8km다.


1084봉 오름길 바위 지대에는 얼레지가 군무(群舞)를 펼치고 있다.

각우재에서 산자락 초입의 토사방지 계단을 지나 산죽 무성한 오르막길을 따르면 바위지대가 나오는데
이곳은 얼레지 군락지다. 지금까지 본 얼레지들은 산죽 옆에서 산죽과 힘겨운 자리싸움을 하면서 피어 있었는데
이곳 바위지대에는 얼레지들이 마치 날개를 활짝 핀 학처럼 우아한 자태로 마음껏 군무(群舞)를 펼치며 활짝 피어 있다.

이어서 1084봉 능선에 이르기까지 된비알이 이어진다. 활목재에서 운장산 서봉까지 그리고 이곳의 가풀막진 길은
제법 종아리 근육을 당기게 하는 힘든 오름길이다.

능선에 오르자 복두봉과 구봉산 정상인 천황봉이 보인다. 1084봉에 서니 복두봉 밑으로 갈거계곡에서 올라오는
갈 지(之) 자의 임도가 보이는데 이 길은 명도봉 밑 칠은동계곡을 지나 운일암 반일암이 있는 주자천과 만난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운장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갈거계곡은 한여름 피서지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1084봉 능선에서 본 복두봉


1084봉


복두봉

헬기장을 지나 임도를 가로질러 이윽고 복두봉에 오른다. 복두봉은 멀리서 보면 정상 부분의 바위가
복두(幞頭)라는 한자 뜻 그대로 옛날 벼슬아치들이 썼던 모자 모양을 하고 있다.

이제 구봉산의 정상인 천황봉과 암봉들이 뚜렷하다.
그리고 아까 올랐던 1084봉 어깨 너머로 운장산의 서봉과 동봉이 보인다.


구봉산 정상. 그대로 직진하면 천황사로 정상 밑에서 좌측 길을 따르면 돈내미재로 내려간다.


구봉산 정상 천황봉에서 본 구봉산 여덟 봉우리

시간이 많이 흘러서 길을 재촉한다. 물이 부족하고 시간도 여유가 없어 구봉산 정상인 천황봉에서 돈내미재로 내려가
천황암을 거쳐 하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복두봉을 출발하여 40여 분 정도 유난히 노란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는
능선 길을 따르면 이정표가 나오는데 좌측 내리막길이 구봉산 가는 길이다.

500여 미터 쯤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안부에 구봉산 정상까지 600여 미터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오고
이곳에서 30여 분 정도 치받이를 올라채면 비로소 구봉산 정상 천황봉에 서게 된다.


멀리 용담댐이 보인다.

드디어 운장산에서 구봉산까지 산길을 이은 것이다. 구봉산 정상 천황봉에 서자 멀리 산자락을 휘감은
용담댐의 푸른 물결이 아득하고 좌측으로는 구봉산의 여덟 암봉들이 우뚝우뚝 준초(峻峭)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솟았다.


돈내미재 직전 협곡지대. 구봉산 정상에서 돈내미재까지는 가파른 길로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위험한 곳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천황사로 하산하게 되고 정상 바로 밑 좌측 길이 상양명 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1봉~6봉(7봉,8봉은 등산로가 없어 우회한다)을 거쳐 이곳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다.

좌측 길로 접어든다. 이 길은 돈내미재까지 상당히 가풀막진 내리받이 길로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곳이 많다.

특히 돈내미재 직전 협곡지대는 발을 잘못 디디면 밑으로 돌이 굴러 떨어지기까지 하여 매우 위험한 곳이다.
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낀 작년 구봉산 등반에서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밧줄을 잡고 오르면서 줄줄 미끄러졌던 기억이 났다.


구봉산의 들꽃. 좌로부터 현호색, 금낭화, 미나리냉이

협곡지대가 끝나는 곳에는 보랏빛 현호색들이 마치 봄의 아름다움을 합창이라도 하듯이 일제히 입을
크게 벌리고 무리를 지어 피어 있다. 물도 떨어지고 해도 기울어져 가니 1봉까지 이어진 암봉에
오를 엄두도 못 내고 돈내미재에서 우측 천황암으로 난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천황저수지에서 본 구봉산


귀로(歸路)에 대아저수지 전망대 대아정에서 본 고산의 노을

20여 분쯤 내려오니 색이 바랜 양철지붕을 인 퇴락한 모습의 천황암이 나온다.
천황암 주변에는 금낭화가 분홍색 복주머니 모양의 꽃을 달고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지천으로 피었다.

천황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에는 미나리냉이가 군락을 이뤘다.
저수지 주변 산자락의 연둣빛 신록이 싱그럽다.

천황저수지 둑에서, 지는 햇살을 받아 빛나는 암봉들을 바라보면서 구봉산과 작별을 고한다.

오늘 나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내 마음속에 무수히 흔들리는 길'들 중 하나를 이었다.

덧글

  • 시인 2007/05/04 19:56 # 답글

    저수지 풍경도 넘 좋고
    갈대숲도 넘넘 좋네요.^^
  • 청산별곡 2007/05/07 13:03 #

    우리의 산하,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산행 때마다 보는 이런 풍경들이
    다음에 또 저를 산으로 이끕니다.^^
  • 산수유 2007/05/04 21:52 # 답글

    진짜 멋진 사진들입니다.
    금낭화와 미나리냉이꽃도 아름답지만 1번2번 좋습니다.
    잘 볼줄은 몰으지만요.^^

    주말 잘보내세요.
    또 산에 가시나요.
  • 청산별곡 2007/05/07 13:06 #

    수유님이야 늘 제 사진들 예쁘게 잘 봐주시죠.^^
    꾸벅, 고맙습니다.
    주말에 가족 여행 다녀왔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 樂山(락산) 2007/05/08 07:50 # 답글

    운장산 구봉산 잘 보고 갑니다.
  • 청산별곡 2007/05/09 17:53 #

    락산님도 운장산 구봉산 다 가 보셨지요?
    늘 즐산 안산하시길 바랍니다.^^
  • witan 2007/05/09 20:35 # 답글

    한번에 1000고지가 넘는 큰 산봉우리를 몇개나 넘으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전 요즘 산행하는 것이 힘에 부쳐 산봉우리 하나도 넘기가 두렵습니다.

    운장산에서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산 풍경도 멋지지만
    주변 저수지에 비친 반영이 무척이나 아릅답습니다.^^

    좁다고만 생각하던 한반도의 반쪽에도 이렇게 가보지도 못한 산들이 많으니.......
    가보지 못한 새로운 산, 들판, 강, 호수에 관한 글을 볼 때마다 꼭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운장산-구봉산도 언제가는 꼭 가보고 싶네요.^^;;
  • 청산별곡 2007/05/10 09:10 #

    거리 상으로도 거의 15km 정도 되지요.
    대아저수지의 반영도 아름답지만,
    천황저수지에서 아침 해가 구봉산에 비출 때 구봉산과
    함께 저수지의 풍경을 담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운장산 구봉산 길은 한여름은 피해야 할 길입니다.^^
  • 파별천리 2007/05/10 22:31 # 삭제 답글

    저수지의 반영사진! 한참동안 저를 붙잡아 두었습니다.

    즐산.안산하시길...
  • 청산별곡 2007/05/13 22:10 #

    오랜만에 오셨네요.
    곧 산에서 만날 날이 있겠죠?
    열심히 산행하시길.^^
  • *ist 미르 2008/05/11 18:05 # 답글

    처음 두번째와 마지막 두번째 사진
    너무 좋습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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