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학교 졸업과 월출산 사자봉 릿지 산행 by 별곡

산을 좋아하고 산에 오른 지 십여 년이 넘었다. 주로 주말을 이용한 워킹 산행을 한다.
그런데 워킹 산행에 익숙해질 때쯤 암벽 등반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목포클라이밍클럽 11기 등반학교 졸업식에서 동기생들과 함께


월출산이나 대둔산
, 설악산 등을 오르는 도중에 암벽 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암벽 등반을 꼭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저런 이유로 자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 수 없는 법이다.
이러구러 세월은 흐르고 암벽 등반에 대한 꿈마저도 퇴색해 버렸다.
그런데 올해 목포클라이밍클럽에서 등반학교 11기 학생을 모집한다는 말을
지인에게서 듣고 고민 끝에 등반학교에 입교했다
.

모두 7명의 동기생들이 등반학교에 입교했다.
등반학교 교육생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이었다.

수요일의 이론 교육, 토요일과 일요일의 실전 교육 등 4주간의 교육을 받아야 했다.
수요일은 목포클라이밍클럽의 실내 암장에서 매듭 매는 법, 트레이닝 방법, 장비 사용법 등의 이론 교육이 실시되었고.
, 일요일 주말에는 자연 바위에서 실전 교육을 받았다.

특히 목포를 상징하는 유달산에 암벽 등반 훈련을 하기에 좋은 바위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쌍룡길, 무명길, 볼트길, 코끼리 바위 등 그런 곳이다.



쌍용길과 코끼리바위, 볼트길에서 훈련 중인 모습


그 중에서도 코끼리 바위는 모두
11개의 루트가 개척된 곳으로 초보자는 물론 중급자들까지
하드플레이를 연습할 수 있는 최적의 암벽이다
.

특히 이름도 아름다운 일몰과 함께’, ‘봄의 환희’, ‘가을의 전설루트에서 실전 교육을 받았다.
암벽등반에는 근력과 근 지구력, 순발력, 유연성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50 중반을 넘은 육체에 이런 조건들은 가혹했다.
또한 바위를 잘 오르기 위해서는 체력과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력과 의지가 필요하고 한다.

몸이 받쳐 주지 않으니 정신력과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몸을 곧게 세우고 다음 홀드를 찾을 때의 그 막막함과 추락에 대한 공포는 극복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실내암장 훈련


하지만 수직의 벽에서 홀드를 잡고 마지막 발을 딛고서 탑 볼트에 로프를 걸었을 때의
그 쾌감과 성취감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컸다
.

동기생들의 격려와 강사님들의 열정적인 가르침으로 3주차까지 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4주차 등반학교 마지막 날 교육은 졸업등반으로, 크랙, 슬랩, 페이스 등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
이제까지 배운 실력을 다 써먹어야 한다는 월출산 사자봉 릿지 등반이었다
.


사자봉 릿지 개념도


새벽
6시 어프로치를 위해 월출산 바람폭포까지 워킹 산행을 했다.
바람폭포 밑 국립공원 암벽 이용 수칙 안내판 위에 사자봉 오르는 들머리가 있다.

강사님들로부터 안전수칙과 등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곧바로 등반에 나섰다.
모두 아홉 피치를 올라야 하는데 첫 번째 피치부터 만만치 않았다.

강사님들의 말에 의하면 찌릿찌릿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재 피치를 오를 때마다
더 어려운 루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

침니(chimney)를 통과할 때는 등에 맨 배낭과 한 몸이 되어야 했고,
크랙(crack)의 좁은 틈으로 손을 넣고 다음 착지점을 찾을 때에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월출산 사자봉 릿지 등반


한 피치를 끝낼 때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
암벽화를 벗고 바위 앉아 쉬면서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마저 생겼다.

시원한 한 줄기 바람에 땀을 들이면서 다음 등반자가 올 때까지 휴식을 취하면서 바라보는
초여름 월출산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




월출산의 풍경들


신록과 어우러져 햇빛을 튕겨내며 눈부시게 빛나는 천왕봉
, 장군봉, 육형제 바위, 매봉 등의
그 완강한 화강암 암봉들
.

장난감처럼 보이는 월출산 명물 구름다리를 건너는 일반 등반객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햇살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몸은 체력적으로 거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
하지만 사자봉 정상을 향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인공등반 구간인 여덟 번째 피치에서 슬링에 손목을 걸고 트래버스를 건너면서 내려다보니
밑은 천인단애
(千仞斷崖)! 극도의 공포감! “밧줄 당겨를 외친다.

밑에서 보고 있던 강사님이 줄 당기면 등반이 아니지요.” 한다.
드디어 악전고투(惡戰苦鬪) 끝에 사자봉 정상에 오른다.

제법 넓은 정상에는 꼭 사자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다.
사자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월출산 사자봉 릿지 등반-사자봉 정상에서, 하강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잘 정비된 능선 길에는 탐방객들이 분주히 오고 간다.
이제 하산이다. 하산은 60미터 직벽을 한번에 하강하기로 한다.

8
자 하강기에 자일을 걸고 하강을 시작한다.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다.
무사히 하강을 마치고 장비를 챙긴다.


다시 사자봉을 찾을 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 오늘 하루 평생 잊지 못할 대단한 등반을 했다.
함께 수고해 주신 강사님과 동기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집에 와서 보니 팔꿈치와 무릎은 상처투성이다.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마음만은 평생의 원을 풀었다는 만족감으로 뿌듯했다.






사족
: 위 사진은 내 카톡의 프로필 사진이다. 둘째 아들은 이 사진을 보고 "아빠, 웬 허세 사진!."라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사자봉 릿지 산행을 했다. 누군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리얼리?"하고 물어 보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레알!"


덧글

  • 고인돌 2013/11/20 15:51 # 답글

    허허...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걸 몸소 보여주시는 별곡님이십니다.
    저도 마음뿐인데...언제나 앞서나가시니 ㅋㅋㅋ
    별곡님의 암벽입문소식을 들려주려고
    엠블이 들어오라고 손을 근질근질하게 했나봅니다.^^
    허세가 아닌 리얼에 동감하며....존경이 담긴 큰 박수 보냅니다.
    즐겁고 안전하게 지금처럼 멋진 산행길에 릿지길까지 쭈욱 이어나가시기 바랍니다.
  • 춤추는나무 2013/11/27 18:10 # 삭제 답글

    별곡님 클라이밍까지 하시면 몸짱되서
    tv스타킹 나올것같아요
    조심하세요
  • 如水 2015/03/30 09:20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사자봉 릿지 검색하다가 왔습니다~
    저는 이번에 진주클라이밍클럽 23기를 졸업했어용 헤헤

    언제나 안산, 즐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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