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산행기 by 별곡

신록과 어우러진 삼라만상

(森羅萬象)


#산행일시 : 2013511일 토요일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백운동탐방지원센터(100)-만물상 입구(20)-만물상(20)-서성재(60)-
                        
칠불봉(10)-우두봉(90)-해인사(20)-
치인주차장


거찰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은 한국의 12대 명산으로 조선 8경 중 하나로 예찬되었다.

높이 1430m의 가야산은 그 모습이 소의 머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한때 우두산(牛頭山)이라고도 불렸다.


 특히 오늘 탐방할 코스는 1972년 가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37년 만에 개방된 만물상 코스여서 탐방의 의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하겠다
.

사실 2011년 가을에 만물상 코스를 찾았으나 공교롭게도 그날 가을비가 세차게 뿌려 국립공원 측에서 만물상 코스를
통제해 버린 바람에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있다
.


가야산 칠불봉에서 본 우두봉

호남의 산 꾼들은 영남의 산을 찾기 위해 1년이면 몇 번씩 88고속국도를 지나가야 한다.

흔히 88도로라 불리는 이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고 고갯길도 많아 사실상 고속국도로서의 구실을 못하여 도로에
인접한 시 군민들의 원망이 자자하였는데
, 드디어 확장 공사를 하고 있어 조만간 4
차선으로 도로가 확장된다면
영호남 산꾼들에게는 가장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

88고속국도를 타고 담양 순창 남원을 지나 지리산 휴게소를 넘어 함양과 거창 땅으로 들어서면,
차창 밖으로 스치는 수려한 산봉우리들은 산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

어느 산행기에서 나는 이 88도로의 느낌에 대해 특히 거창의 가조면을 지날 때 보이는 별 유산과 비계산, 미녀봉 등의
깎은 듯이 준초
(峻峭)한 모습과 말 잔등처럼 미끈한 능선, 울퉁불퉁 솟은 산마루 그리고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산들의 그 완강한 화강암
, 영겁(永劫)의 세월 속에 풍화작용으로 잘게 부서져서 흘러내릴 듯이 너덜겅을
이룬 산비탈을 보면서 나는 늘 산에 오를 꿈을 꾼다
.”라고 쓴 적이 있다.



가야산 백운동지구 탐방센터


산행들머리 백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파란 하늘과
5월의 싱그러운 신록이 산꾼을 맞이한다.
5
월의 신록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날씨는 한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뜨겁다.

주차장에서 탐방센터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철쭉이 활짝 피었고,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 앞 화분에는 예쁜 금낭화가 산꾼을 반긴다.

백운동탐방센터 안내소 바로 앞이 만물상 코스 들머리다. 산행 초반부터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조금 조망이 터진 곳에서 보니 산자락은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었지만,
정상 부근 능선은 아직 검은 빛이 남아서 선명한 색채 대조를 보여준다.



가야산 정상 암봉군


만물상까지 가는 길은 온갖 바위 전시장이다. 그 바위 사이로 산길이 벋어 있다.


곳곳에 벌여 있는 바위는 쉼터 구실을 한다
.
산길에 듬성듬성 핀 연분홍 철쭉이 발그스레한 모습으로 산꾼에게 미소를 짓고 있다.


들머리에서
1시간 정도 오르면 서성재가 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오고
이 이정표 앞 바위틈에 분재 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


산행 내내 느낀 점이지만
, 무엇보다도 가야산 만물상 코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바로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한국적 산의 풍경이다
.

이곳에서 가쁜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하면서 조망을 한다.






 
만물상 가는 길의 다양 모습


물 한 모금으로 땀을 식히고 길을 재촉한다
.
서성재 1.7km 이정표를 통과 후 계단 길을 오르니 철쭉 대신 진달래가 피어 있다
.

철쭉이 지고 나면 초여름으로 접어드는데, 산 밑은 늦봄인데 산 위는 이제 막 봄이 시작되었다.


하기야 가야산은
1400m가 넘는 고산준령(高山峻嶺)이니 산 정상이 가까운 곳에는
진달래가 피었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


철쭉


진달래


계속되는 오르막과 더위에 지칠 때쯤 서성재
1.2km 이정표가 나온다.
그 옆에 거대한 바위가 서 있고 앞으로 만물상을 오르는 계단길이 보인다.


이곳에서부터 만물상 코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

앞을 봐도 뒤를 봐도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현란(絢爛)한 모습으로 절경을 펼쳐 놓았다.


어떤 것은 부처의 형상이고 어떤 것은 아무렇게나 막 깎아 놓은 듯하고 어떤 것은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아니 마음에 따라 갖가지 형상으로 보일 것이다.


만물상 초입에 있는 거대한 바위







가야산 만물상



만물상을 지나 계단을 내려오면 서성재
0.7km 이정표가 나온다.

거의 두 시간 동안 눈이 즐거웠다.


다시 바위 봉우리를 올라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만물상을 조망한다
.

아쉬운 마음으로 길을 재촉하면 거대한 바위덩어리 앞에 상아덤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는 곳이 나온다.


상아덤의 전설에 의하면 가야산의 여신과 천신
(天神)이 결혼하여 이곳에서 형제를 낳았는데
형은 대가야국
, 동생은 금관가야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가야산이라는 명칭의 유래가 불교적 의미도 있지만 이 산이 대가야를 대표하는 산이기 때문에
가야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




가야산 상아덤


상아덤에서 7-8분이면 서성재에 닿는다.

제법 넓은 안부인 이곳은 용기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백운지원센터에서 만물상을 거쳐 이곳까지는 3km, 용기골에서 올라오는 길은 2.6km
만물상 코스가 조금 더 길고 험한 편이다
.

용이 일어난 골짜기란 뜻의 용기골은 폭포와 소()가 많아 여름철에 추천할 만한 코스다.

서성재 이정표는 가야산 정상인 상왕봉 1.4km, 칠불봉 1.2km를 가리킨다.


서성재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


가야산 서성재



정상을 향해 가는 길은 돌서더릿길도 있고 산죽 무성한 길도 있다
.

산행길 옆에 서 있는 참나무들은 이제야 조그마한 연둣빛 이파리들을 내밀었다.


정상이 가까울수록 봄은 더디게 오고
, 길은 험해진다.

암벽과 암봉이 앞을 막아서고 그 사이로 난 철계단을 힘들게 올라서면 비로소 정상 능선에 서게 된다.


특히 마지막 철계단 끝에 서 있는 고사목
(枯死木)은 몸통에 눈, , 입이 새겨져 있어
마치 가야산의 정상을 지키는 장승처럼 서 있다
.

게다가 고사목(枯死木) 나뭇가지들은 마치 살풀이춤의 춤사위인 양 하늘을 향해 벋어 있다.

아니, 어쩌면 불국토(佛國土)를 꿈꾸며 승무(僧舞)를 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성재에서 칠불봉 우두봉 가는 길


능선에서 우측은 칠불봉이고 좌측은 우두봉이다. 먼저 칠불봉에 오른다. 조망은 막힘이 없다.

남산제일봉이며 단지봉, 깃대봉 등이 조망된다. 하지만 연무(煙霧)가 옅게 껴 먼 곳의 시야는 흐릿하다.


건너편 우두봉에 사람들이 서 있다
.

햇빛에 반짝이는 우두봉 밑 벼랑에 핀 진달래가 유난히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칠불봉에서 내려와 우두봉으로 향한다
.
우두봉은 상왕봉이라고도 불린다.

상왕은 불교에서 모든 부처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높이는 칠불봉이
3m가 높으나 가야산 주봉은 우두봉이다.

옛 선인은 가야산의 암봉들을 석화성(石火星)이라 하여 불꽃에 비유하였다.


칠불봉




우두봉


우두봉에서 내려와 해인사 쪽으로 하산 길을 잡는다
. 곧이어 거대한 수직의 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는 우두봉에서 보면 마치 맞배지붕을 한 커다란 집처럼 보인다.


바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봉천대다
.


봉천대에서 가풀막진 돌길을 지나
10여 분 정도 내려오면 계단 길이 나오고
그 길 끝에 있는 이정표는 좌측으로 보물
264호인 석조여래입상을 가리킨다.


석조여래입상까지는
1분이면 도착한다.

석조여래입상은 목 부분이 잘리고 발과 대좌도 없다.
제작 시기는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



가야산 봉천대


가야산 석조여래입상


하산길의 기암


다시 하산 길로 복귀한다. 이제 길은 순해진다.
신록이 무르익은 산길을 따라 쉬엄쉬엄 내려간다
.

이윽고 해인사에 닿는다. 해인사는 워낙 유명해서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북적 붐비는 절집이다
.
부처님 오신 날이 멀지 않아서인지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에는 색색의 등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

팔만대장경을 보기 위해 장경판전으로 가니 그곳은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다
.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해인사를 빠져 나온다
.

금강산 만물상도 보고 설악산 만불상도 봤지만,
가야산 만물상은 그 어느 산의 만물상에 뒤지지 않는
수려한 모습을 보여 준다
. 과연 가야산 만물상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



가야산 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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