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모악산 by 별곡

봄에 만난 설국(雪國)


전북 김제 모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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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347

#누구와: 목산 산우들과 함께

#날씨: 흐림

#산행코스: 원기리 관광단지(30)-대원사(30)-수왕사(20)-무제봉(20)-정상(20)-
북봉 헬기장(35)-심원암(25)-금산사(20)-
금산사주차장



호남고속도로에서 김제가 가까워지면 정상 부근에 뾰족하게 송신탑이 솟은 산이 보인다. 바로 모악산이다.
엄뫼라는 우리말 이름이 한자어에 밀려 사라지고 모악산(母岳山)이라 불리게 되었다
.

모악산은 전라북도의 도립공원으로 완주군 구이면과 김제의 금산면에 걸쳐 있다
.
특히 모악산 금산사는 규모가 큰 절집으로 다수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봄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

그래서 봄철에 산꾼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

모악산 산행은 완주군의 구이면 원기리 관광단지를 산행들머리로 하여 금산사로 내려오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


모악산 정상


강풍이 불고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겠다는 주말 일기예보는 산꾼들에게는 암울한 소식이었다
.
실제로 토요일에는 태풍급 바람이 불고 비마저 세차게 뿌려 일요일 산행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까 노심초사하였다
.

하지만 다행히도 일요일에 바람은 불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
예정대로 모악산 산행에 나섰다
.

비는 그쳤지만 꽃샘바람의 냉기가 여간 매서운 것이 아니었다
.


산행들머리 구이면 원기리 관광단지


모악산 관광단지가 있는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상치 못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
남도의 벚꽃이 이제 막 절정기인데, 좀 이르다 싶은 이곳의 벚꽃도 절정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

또 하나는 산 능선에 하얀 눈꽃이 피어 있는 것이었다
.
이게 웬 횡재냐! 봄꽃산행을 왔는데 뜻밖에도 눈꽃산행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

하기야 봄꽃이든 눈꽃이든 꽃은 꽃이니까. 이런 생각에 산꾼들은 벌써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모악산 표지석



원기리 관광단지 벚꽃 가로수는 팝콘처럼 터져서 환한 모습이다
.
상가지역을 지나면 커다란 모악산 표지석이 나온다
.

표지석 바로 뒤쪽에 모악산은 산이 아니라 어머니외다라고 쓴 시인 고은의 모악산 시비(詩碑)가 서 있다
.
이곳에서 대원사까지는 산책로 같은 길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발걸음도 경쾌하게 걷다보면 어느새 대원사에 이른다
.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들어서는 산꾼들이 고요한 산사(山寺)의 정적을 깨트린다
.




대원사


대원사를 지나면서 길은 가팔라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길가에는 눈이 많이 쌓였다.
뜻하지 않은 풍경에, 날씨가 궂다고 산에 오지 않았으면 어떡할 뻔했냐면서, 모두들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

엊그제까지만 해도 추운 겨울이 어서 가고 꽃 피는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그 말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겨울을 예찬하고 있으니
, 날씨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변덕스럽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길가에 눈이 쌓여 한겨울 풍경을 보여준다.



이윽고 수왕사 갈림길에 이른다.
수왕사는 아주 조그마한 여염집 같아서 사()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다
.

오히려 갈림길에 쉼터로 만들어 놓은 정자가 더 어엿하다
.
정자 지붕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서 한겨울을 방불케 한다
.


쉼터, 수왕사, 수왕사 갈림길 정자, 능선 길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채면 중인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10여 분이면 정상 바로 밑 무제봉에 도착한다
.

뾰족한 송신탑들이 솟아 있는 정상은 허옇게 눈으로 치장하여 마치 외계
(外界)에 만들어 놓은 기지처럼 보인다.





무제봉



환상적인 눈꽃 터널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
모악산 정상은 송신소 건물 위쪽에 있다
.

송신소 건물 옆으로 난 철계단을 오를 때
,
우리 일행은 마치 설국(雪國)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




환상적인 눈꽃 터널



모악산 정상 가는 길



모악산은 송신소 건물 옆에 정상 표지판이 서 있어 여느 산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 송신소 건물 옥상이다
.

흐릿한 시야 속에 파릇파릇한 녹색으로 물든 산 아래는 봄이 완연한데, 이곳은 한겨울이다
.
봄에서 두 계절을 건너뛰어 겨울로 왔다
.

자연이 만들어 준 오묘한 풍경에 우리는 그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뿐이다
.


정상의 조망, 정상 표지석, 송신소 건물 옥상, 정상에서 내려가면 서 본 풍경


정상 갈림길 긴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삼거리다.
이곳에서 좌측 길을 따르면 금산사로 바로 내려간다. 매봉 쪽으로 길을 잡는다
.

삼거리에서 불과 5분이면 북봉 헬기장에 닿는다
.
헬기장에서 바라본 정상은 빙설(氷雪)로 꾸며낸 SF 영화 속의 성채(城砦)처럼 보인다
.


정상 삼거리 계단길


북봉 헬기장


북봉 헬기장에서 본 정상


바람이 차갑다. 봄인 줄 알고 얇은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은 소소리바람에 몸을 웅크린다
이곳에서 계속 능선을 타고 가면 매봉을 지나 독배마을이나 금곡사 쪽으로 하산할 수 도 있다
.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심원암 쪽으로 하산한다
.
길섶 산죽들과 소나무들이 멋진 겨울 풍경을 연출한다
.

연분홍빛 진달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눈과 추위에 화들짝 놀라서 얼어붙었다
.
고도가 낮아질수록 눈은 자취 없이 사라진다
.




산죽길


한폭의 산수화 같은 소나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에 화들짝 놀라 얼어붙은 진달래


고도를 낮출수록 눈은 자취 없이 사라진다.



헬기장에서 30여 분 조금 넘게 걸어오니 절집 지붕이 보인다.
심원암이다. 암자는 고즈넉하다
.

오랜 세월 풍상(風霜)을 겪었을 암자 마당의 벚나무는 꽃망울은 맺었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


심원암


금산사로 가는 길에는 하얀 목련과 노란 산수유가 피어 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준다.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금산사에 이르렀다
.

금산사를 상징하는 웅장한 미륵전은 보수 공사 중이다
.
산행들머리인 원기리 쪽은 벚꽃이 만개했는데 이곳 금산사는 꽃이 피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

넓은 절 마당은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 않아서인지 썰렁하다
.

금산사의 봄꽃들


금산사


금산사에서 본 모악산 정상



느릿느릿 주차장으로 향하다 뒤를 돌아보니 흰 눈으로 뒤덮인 모악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은 한겨울인데 이곳은 봄이다
.

봄꽃 구경하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눈꽃을 보고 왔으니 오늘 산행은 눈()이 호강한 산행이었다.



덧글

  • 타누키 2013/04/16 15:14 # 답글

    눈꽃에 푸른하늘까지 부럽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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