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서 by 별곡

겨울철이면 눈꽃 산행지로 각광을 받는 남덕유산은 산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겨울에 꼭 한번은 가보는 곳입니다.

남덕유산이 구제역 여파로 통제되었습니다.
삿갓재대피소를 중심으로 남덕유산을 거쳐 육십령까지 이어지는 길이 폐쇄된 것입니다.

하여 황점마을을 산행 들머리로 하여 삿갓재대피소, 무룡산, 동엽령을 거쳐 안성으로 내려왔습니다.

며칠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산밑은 이미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만,
고도를 높여 갈수록 봄은 아직 먼 이야기였습니다.

능선에 서자 칼바람이 매섭게 불고,  한 자가 넘게 쌓인 눈은 등산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무릎까지 푹푹 빠졌습니다.

화려한 눈꽃은 볼 수 없었지만, 뺨을 얼얼하게 하는 칼바람과 발에 사각사각 밟히는 눈은 겨울 산행의
운치를 만끽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얼음장 밑을 흐르는 계류(溪流)는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전령사입니다.



산우(山友)들과 함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덕유산의 너른 품속에 안깁니다.



삿갓재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재촉합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빈 겨울산에서는 사람도 풍경이 됩니다.



눈은 사람 키를 넘게 쌓였습니다. 산우(山友)들 뒤로 삿갓봉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앞으로는 무룡산이 우리를 부릅니다.



무룡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룡평전을 지나야합니다. 여름철이면 노란 원추리와 보랏빛 일월비비추가 만개하는 곳입니다.



무룡평전이 시작되는 곳에서 뒤를 돌아보니 삿갓봉 너머로 가지 못하는 남덕유산과 서봉이 아련하게 보입니다.







무룡평전은 야생화들을 보호하기 위해 긴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계단을 오릅니다.



무룡산 지나 동엽령 가는 길에 본 덕유산 능선입니다. 흐릿하게 향적봉과 중봉이 보입니다.



무룡산을 내려와 돌탑봉을 지나 눈 쌓인 능선길을 재촉합니다. 바람 피할 곳이 없어 점심 먹는 곳을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향적봉과 중봉이 제법 가깝게 보입니다. 이제 갈림길인 동엽령이 지척입니다. 동엽령에서 안성으로 하산할 것입니다.



춥고 손과 발이 시린 이 겨울에, 대관절 무엇이 저기 가는  저 산우(山友)들을 산으로 이끌었을까요? 



이런 수묵화 같은 풍경일까요?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 속에서 인기 프로그램인 1박 2일 설악산 종주 편을 시청했습니다.
거기서 강호동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인간은 산을 만들 수 없지만, 산은 인간을 만든다.'

강호동이 한 말인지, 아니면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산에 오르는 다양한 사람들만큼 산에 오르는 이유 또한 다양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산에 오르는가? 하고 누군가가 나에에 묻는다면 전문 산악인도 아니고
그저 산이 좋아 주말이면 산을 찾는 아마추어 산꾼으로서 나는 아직 이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높이 올라 내가 산에서 본 '눈물 나게 아름다운 풍경들' 예를 들자면, 두 아들과 겨울 지리산을 종주했을 때
천왕봉에서 봤던 일출, 신새벽 덕유산 삿갓봉에 올랐을 때 오롯이 나만을 위해 군무(群舞)를 추던 새떼들,
설악산 대청봉에서 본 바람꽃과 금강초롱, 한라산의 압도적인 눈보라 등은 나의 가슴속에 깊숙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가  때때로 내가 삶에 지쳐 있을 때 나를 위로해 줍니다하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덧글

  • 일체유심조 2011/02/08 08:46 # 삭제 답글

    별곡님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오랜만이십니다.

    언제봐도 겨울 덕유는 참 아름답습니다.
    저곳에 가본지도 어언 10년이 되어 가네요.

    스틱이란게 저렇게 능선 산행을 할때 필요한 장비인데, 요즘엔 제대로 활용할 곳도
    없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와 뒤따라가는 등산객에게 위협(?)을 가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늘 안전산행하시고 좋은날 되시길....


  • 시인 2011/02/08 11:19 # 답글

    덕유산은 아직 한겨울이군요.
    저도 가까운 산에 다녀왔는데 이곳엔 눈이 많이 녹았습니다.

    당신은 왜 산에 오르는가...?
    저도 마찬가지로 그냥 산이 좋아서...^^
  • 고인돌 2011/02/11 20:52 # 삭제 답글

    우와...
    태백과는 또다른 눈세상을 다녀오셨군요.^^
    삿갓봉에서의 군무...
    궁금해집니다.^-^
    요즘 어머님 컨디션이 안좋아서 1월초 이후 산엘 못갔습니다.
    지금은 좀 좋아지셨지만...^^
    그래서 별곡님의 발걸음이 더더욱 부럽구요.
    요즘은 충원작업이라서...^^
    부러운 별곡님과의 약속 언제 지킬런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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