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천등산 산행기 by 별곡

#산행일시 : 2010년 3월 21일 일요일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송정마을(10분)- 산행들머리(50분)-딸각산 정상(40분)-천등산 정상(50분)
               미인치(40분)- 원봉림마을

                

봄입니다. 봄이되 봄 같지 않은 봄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계속되는 궂은 날씨에 봄은 아직 우리 곁에서 멀게만 느껴집니다.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이성부의 봄-

시인의 말처럼, 봄은 어디서 지금 해찰을 부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여 봄을 맞으러 직접 나섰습니다. 남도의 끝자락 고흥반도로 말입니다.

반도 고흥 땅에는 생김새가 범상치 않은 팔영산(608m)이 유명합니다.
공룡의 등줄기에 난 돌기 같은  암봉들이 울퉁불퉁 솟아 있는 팔영산의 유명세에 눌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산이 바로 천등산입니다.

 
고흥반도의 팔영산(608m). 도립공원이다. 산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남해의 수려한 풍광을 조망하면서 암봉을 오르내리는
짜릿한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천등산(550m)은 고흥반도 최남단에 솟은 바위산입니다.
봉우리가 하늘에 닿는다 해서 天登(천등)으로, 천등산 자락에 있는 금탑사의 승려들이
도(道)를 닦기 위해 정상에 올라 수많은 등불을 켰다고 해서 天燈(천등)이라 했다고 합니다.

천등산을 찾아가기 전날은 황사가 아주 심했습니다.
하늘에서 희뿌연한 장막이 내려와 온통 세상을 가려 버린 듯했습니다.
그날 서울에 있는 아들하고 통화했는데, 서울의 하늘은 마치 지구가 종말하는 날 아침 같았다고
하더군요.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천등산을 찾아 가는 날은 언제 황사가 있었느냐는 듯이
날은 맑고 하늘은 파랬습니다. 오랜만에 봄 햇살마저 화사하게 내리쬐었습니다.

산우들은 시산제를 잘 지낸 덕이라고 했습니다.^^

 
산행들머리 송정마을에서 본 천등산. 앞에 보이는 산이 딸각산이고 그 뒤로 보이는 산이 천등산입니다.

천등산 산행들머리는 여러 곳이 있으나, 고흥군 풍양면의 송정마을에서 딸각산을 거쳐
천등산 정상에 오른 다음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타고 미인치에서 원봉림으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코스라 할 수 있습니다.

산행들머리 송정마을에 도착하니 초록빛 마늘밭이 펼쳐집니다.
고흥반도는 요즘 가는 곳마다 마늘이 푸르게푸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마늘 수확철이 되는 5월이면 고흥반도는 온통 알싸한 마늘 향기로 뒤덮일 것입니다.

송정마을 입구에서 마늘밭을 지나 산행들머리를 찾아갑니다.
마을 어귀에서 송정마을 뒤로 보이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면 곧바로 산행들머리가 
나오니 찾기 쉽습니다. 이정표도 잘 되어 있습니다.


송정마을 입구의 천등산 이정표. 앞에 보이는 산은 별학산(別鶴山)입니다.


초록빛 마늘밭이 싱그럽습니다. 그 너머로 별학산이 보입니다. 별학산은(別鶴山) 벼락산으로 불리는데
벼락이 연상되어 천등산은 천둥산으로 불렸을 수도 있습니다.


마을을 지나 산행들머리로 향하는 산우들. 뒤로 거금도 적대봉이 웅장하게 솟아 있습니다.

산행들머리에서 10여 분 정도 된비알을 오르면 조망이 좀 터집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남해 바다와 풍남항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풍남항. 바다 건너 거금도가 지척입니다. 

군데군데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진달래가 꽤 피었을 것인데, 꽃샘추위에 꽃들이 화들짝 놀라 오그라들었나 봅니다.

이어서 가지나무재 직전 전망 좋은 바위가 나옵니다. 조망이 탁 트입니다. 
멀리 소록도도 보이고 거금도는 지척입니다.


바다 건너 거금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측으로 소록도도 보입니다.

바로 앞으로는 딸각산 정상과 천등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안장바위가,
뒤쪽으로는 초록빛 마늘밭에 둘러싸여 있는 송정마을이 산뜻한 한폭의 유화처럼 보입니다.


앞쪽으로 딸각산 정상이 보이고 우측으로 안장바위가 보입니다.


산행들머리인 송정마을

전망 좋은 바위에서 정상까지는 30여 분 정도가 걸립니다. 
너덜지대를 지나 딸각산 정상에 오르면 천등산의 암봉이 마치 병풍처럼 앞을 막아서고,  
이제 조망은 목측(目測)할 수 있는 끝까지 펼쳐집니다.


딸각산 정상의 조망


딸각산 정상에 서면 천등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딸각산은 바위를 밟고 오르면 딸각딸각 소리가 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하는데, 옛 기록에는
월각산(月角山)으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딸각이 달각으로, 달각이 월각으로 변했다고 추측합니다.

  
딸각산 정상에서 내려오면 임도를 만납니다. 천등산 정상이 보입니다.

딸각산 정상을 내려오면 임도가 이어집니다. 앞에 높다란 안테나가 서 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바람이 안테나에 걸려 울부짖는 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천등산 정상 오름길에 본 천등산의 암봉

사동마을에서 올라온 임도와 만나 우측으로 20여 미터쯤 가면 바로 좌측으로 천등산 정상
이정표가 보입니다. 계속 임도를 따라 가서 철쭉 동산에서 정상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천등산 정상 오름길에 본 안장바위 능선. 가운데 넓은 곳이 철쭉 동산입니다.

가풀막진 길을 30여 분 올라채면  천등산 정상입니다. 돌탑이 있는 정상 역시 조망이 좋습니다.
흐릿하지만 동쪽으로 팔영산도 보입니다. 소록도 너머로 장흥의 천관산도 실루엣을 보여 줍니다.  


천등산 정상. 돌탑이 서 있습니다.


천등산 정상의 조망, 가운데 희미한 산이 팔영산이고 우측으로 금탑사가 보입니다.
금탑사 뒤에 우거진 숲은 천연기념물 제239호로 지정된 비자나무 숲입니다.


천등산 정상의 조망.  딸각산 너머로 거금도가 우측으로 소록도가 보입니다. 소록도는 녹동항과 연륙이
이미 되었고,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연도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거금도 우측에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적대봉(592m)입니다.


천등산 2봉

정상을 지나 2봉에 오릅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손이 시러울 정도입니다. 살갗을 스치는 꽃샘바람의 냉기가 매섭습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난 능선길에서 좌측 길을 따르면 별학산 쪽으로 가거나 
산행들머리인 송정마을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천등산 3봉

3봉과 4봉 사이에 난 우측 길이 미인치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산악회 표지기들이 많이 달려 있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습니다.

우측 내리받이 길을 따릅니다. 산죽이 무성하고 경사가 급합니다. 
잠깐 헛눈을 판 사이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아이쿠.^^


천등산 3봉과 4봉 사이의 내리막길에서 본 사동마을. 앞에 보이는 저수지는 사동저수지입니다.

빠른 속도로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내려오니, 이윽고 길은 순해지면서
햇살이 제법 따사롭게 내리쬡니다. 내리막길 끝 길가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산 위에서 만난 노란 생강나무. 노란 빛깔이 참으로 곱습니다. 봄의 색깔입니다.


염소바위.  미인치 도착 직전에 나옵니다. 김형수가 쓴 한국 505산행기(2007. 깊은솔 간행)에는
염소바위가 사동마을로 내려가는 안치재 전에 있다고 나와 있는데 잘못 표시된 것입니다.

이제 미인치까지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힘든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습니다.
잰 걸음으로 40여 분을 걸으면 미인치에 도착합니다. 

임도를 따라 좌측으로 내려가면 율치리로 가는 길입니다.
우측 길을 따라 원봉림 마을로 갑니다.


원봉림 마을로 가는 길옆 산자락에 핀 매화


원봉림 마을 바로 위에 있는 대동제

자동차 한대 정도 다닐 수 있는 구불구불한 비포장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외딴집을 만나는데,
이곳을 지나면 대형 버스도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넓은 길이 나 있습니다.

원봉림 마을까지 내려오는 길옆 산자락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더딘 걸음이지만,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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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인 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영산(http://pjhkangy.egloos.com/9173674)이지요남도의 바닷가에 있는 산들이 그러하듯이 천등산(http://pjhkangy.egloos.com/10447545)도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산입니다. 금탑사 주변은 천연기념물 제239호로 지정된 비자나무 숲이 있습니다. 절 규모는 아담하지만, ... more

덧글

  • 도시애들 2010/03/26 17:59 # 답글

    바다가 보이는 아주 시원한 등로군요..
    이 시원은 그시원이 아닙니다..ㅋㅋㅋ
    산이름 바위이름 예사롭지 않군요..
    천등산도 바위산이라 좋아보입니다.

    거 별학산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ㅎㅎ
    거금도...진달래 산행 한번 가고 싶은데..
    될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witan 2010/03/28 14:50 # 삭제 답글

    별곡님 덕분에 한반도 남쪽 산행 소식까지 상세히 알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북쪽 산행 소식은 도시형님께 듣지요......^^;;)
    남쪽이라도 아직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지는 않았나 보군요.

    지난주 뉴스를 보니 중국에서 최악의 황사가 발생했고,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던데 좀 잠잠해졌나 보군요.

    저는 알러지가 심해서 봄만 되면 황사와 꽃가루 때문에 고생이 심했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황사가 전혀 없어서 환절기인 봄에도 약간은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제가 이곳을 맘에 들어하는 몇 안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도 별곡님 덕분에 남쪽 하늘과 바다의 눈부시게 푸르른 모습을 맘껏 보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 시인 2010/03/29 17:56 # 답글

    산세도 좋고 바다 풍경도 참 좋네요.
    봄내음이 물씬 납니다.^^
  • 2010/04/02 20: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고인돌 2010/04/05 16:52 # 답글

    봄마중 천등산 산행기는 다른때보다도 더 자세히 길안내를 해주신것 같습니다.^^

    별곡님의 산사랑을 하늘이 알아주시는지 별곡님이 산에 드실때는 항상 날이 좋은것 같아 부럽기 기지없습니다.^-^
    바쁘신와중에 한 산행이라 더욱 즐거우셨을듯 하네요.

    귀한 구경 잘하고 갑니다.
  • 빈바구니 2010/04/07 18:54 # 답글

    송정마을은... 아늑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논밭들 사이에 예쁘게 보이는 집들이 하나의 작품입니다.

    봄이 맞습니다. 봄꽃들이 가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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