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의 겨울 풍경 by 별곡

날은 흐렸습니다.
잿빛 하늘 아래 산봉우리들은 마치 수묵화의 한 장면처럼 서 있습니다.

솔가리가 수북했을 산길에는 얼며 녹으며 눈이 쌓였습니다.
눈길은 모래사장처럼 허벅허벅합니다.

바람이 헤살을 부리던 나뭇가지들은 저마다 흰 눈을 덮어 쓴 채
이 겨울을 묵묵히 견디고 있습니다. 

또렷하지 않고 흐릿하게 보이는 산봉우리들과 대조적으로
오히려 산에 오른 사람들의 원색의 옷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었습니다.

서래봉과 불출봉 능선 사이에서 본 내장사. 고즈넉한 겨울 산사(山寺)의 모습입니다.


불출봉을 오르는 산꾼들


불출봉 오름길에서 뒤돌아본 풍경. 서래봉의 암봉이 보입니다.


불출봉에서 본 내장산 능선, 오른쪽 봉우리가 망해봉, 다음이 연지봉, 왼쪽이 까치봉



불출봉에서 본 내장산 능선. 가장 높은 신선봉이 잘려서 보이고, 순서대로 문필봉, 연자봉, 맨끝이 장군봉



소나무들은 하얗게 눈을 덮어 쓰고 있을 때 더 정정(亭亭)하게 보입니다.




하늘도, 땅도 회색빛으로 뒤덮여 있을 때 사람들이 입은 원색의 옷이 풍경에 '악센트'를 줍니다. 
고로, 산에서는 사람도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또렷하지 않고 흐릿한 풍경. 나는 다만 마음속에 풍경 하나를 새길 뿐입니다.



외연(然)하게 솟은 서래봉. 어느 화공(畵工)이 그린 수묵화던가. 



화려한 색채의 향연(饗宴)이 끝난 뒤 단풍의 산
 내장산의 겨울 풍경은 분장을 지운 사람의 맨얼굴과 같은 모습입니다.

내장산에서, 고졸(拙)한 한폭의 수묵화를 보고 왔습니다.  

 



 

덧글

  • 일체유심조 2010/01/14 16:59 # 삭제 답글

    내장산이군요.
    이번 일요일 내장산에 가려고 예약을 했었는데 변산을 들리는 일정으로 변경 되었다고
    해서 취소를 시켰습니다.

    겨울 내장산은 아련한 추억이 깃들여 있는 곳이랍니다.
    대학입학후 겨울 방학때 참 예뻤던 여학생과 함께 민박집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렀었지요.

    그 친구는 지금 미국에 가 있습니다만, 참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옛날같은 감정은 아니겠지만 조만간 한 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
    별곡님 덕분에 좋은 추억 되살리고 갑니다.

    좋은날 되십시오
  • 시인 2010/01/15 09:17 # 답글

    내장산은 단풍으로 유명하다던데
    겨울 눈도 참 아름다운 산인 듯 합니다.
    멋진 풍경 잘 보고 가네요.^^
  • 도시애들 2010/01/15 12:14 # 답글

    정말 겨울산 중에서도 멋진 산이군요..
    해남 달마산도 겨울이 제일 멋지던데....
    님덕분에 아주 체증까지 해소한것 같아요
    서울서 눈속에 파묻혀 살면서도..
    설산의 동경은 그칠줄 모른답니다.
    어제 정말 하루종일 눈속을 걷고도..ㅋㅋㅋ
    넘 멋진 산수화....눈이 즐거움을....
  • 고인돌 2010/02/10 14:44 # 답글

    수묵화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사진그림도 보기 좋습니다.^^

    별곡님 산사진을 보면...
    당장에라도 산에 오르고 싶어지니....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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