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사, 단풍이 아름다운 곳

단풍은 가을을 장식하는 꽃이다.

봄이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봄꽃이 피어나듯이
가을이면 이산 저산 천자만홍(千紫萬紅)으로
단풍 꽃이 피어난다.

강천사!
단풍 꽃이 아름다운 곳이다.

해마다 단풍철이면 ‘단풍이 예년보다 더 아름답네, 아니 예년만 못하네.’
하는 소리가 나와도 강천사에 가면 실망하지 않는다.

강천사 단풍 꽃은 해거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끌린다.

강천사 단풍 꽃은, 어떤 곳은 화려함의 극치를
어떤 곳은 소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천(千)의 얼굴을 가졌다.

매표소에서 구장군 폭포까지, 단풍 꽃이 핀 길은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오순도순 손잡고 가는 정겨운 길이다.

강천사를 찾아간 날은 가을비가 내렸다.
비를 맞고 떨어진 노랗고 빨간 단풍 꽃들이 땅에 뒹군다.

아, 아름다운 것들은 지상(地上)에 머무는 날들이 짧구나!























































by 별곡 | 2009/11/13 19:14 | 이야기가 있는 풍경 | 트랙백 | 덧글(5)

고창 문수사


한적하고 호젓하며 소박한 절집이다.
화려하고 거창한 당우(堂宇)도 없다.
대신 아름다운 숲이 있다.

옅은 수묵담채화 같은 단풍이 있는 숲이다.
불타는 듯한 단풍이 아니라 은은한 색감이
고운 단풍나무다. 

전남의 장성과 전북 고창의 접경지대의 문수산
중턱에 있는 문수사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북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에 있다.  

문수사를 둘러싸고 있는 은사리 단풍나무 숲은
수령 100년에서 400년 정도로 추정되는 단풍나무 500여
그루가 문수산 입구에서부터 중턱까지 자생하고 있다.

2005년 9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문수사 가는 길

피천득의 '수필'이라는 글에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Pavement, 포장도로)'
라는 구절이 나온다.

똑같이 포장된 도로를 뜻하지만, '아스팔트'는 어쩐지 삭막하다.

'페이브먼트'는 비록 외국어지만 정감 있게 다가온다. 운치가 있다.

문수사 일주문에서 절 입구까지 길은 포장도로인데 '페이브먼트'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길이다.













문수사

자그마하지만, 예쁜 절집이다.

몇 안되는 당우(堂宇)가 '짜임새 있게 들어서 있다.

특히 금륜전, 산신각, 응향전이 한 건물에 각각 현판을
달고 있어 이채롭다.

대웅전 지붕 너머로 빨간 단풍나무와 감나무가 보인다.
감나무는 가지가  휘어지게 감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단풍

여느 곳의 단풍처럼 화려하지 않다.
화려하고 찬란한 단풍을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할 수 있다.

은사리 단풍나무 숲은 빼어나게 아름답지 않다. 쌈박하지 않다.
첫눈에 반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은근한 매력이 있다.담박하고 소박하다.

여인에 비유하자면, 수수하게 단장한 미인의 모습이다.

그래서 문수사가 있는 은사리 단풍나무 숲은 질리지 않는다.

은사리 단풍나무 숲은 누구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만 몰래 와서
보고 싶은 곳이다.



























by 별곡 | 2009/11/10 19:22 | 길떠나기 | 트랙백 | 덧글(10)

적상산 사진 산행기

적상산은 덕유산에 올랐을 때 늘 바라만 보았던 산이었고,  때로는 차로 안국사까지
올라 관광만 하던 산이었다.

붉은 치마산, 산사면의 절벽이 단풍이 들면 마치 여인의 치마폭이 늘어뜨려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적상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단풍철로는 좀 늦지 않았나 싶었지만, 산우(山友)들과 함께 적상산을 찾았다. 

적상산 산행 들머리는 일반적으로 적상면 소재지에 있는 적상산가든 앞에서 우측 길을
따르면 나오는 서창 통제소에서 시작하는데, 버스 기사님이 그만 관광하러 올라가는
적상산 길로 접어드는 바람에 산행 시작 시간이 한 30여 분 늦어졌다. 


적상산 올라가는 찻길. 안국사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산 위에는 양수발전소 상부댐이 있다.

버스 기사님이 산행들머리를 잘못 찾는 바람에 산행시간은 조금
늦어졌지만, 산 밑의 멋진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다.


적상산가든에서 서창 통제소 직전까지는 버스로 올라 갈 수 있다.

우리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서창 통제소까지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어 갔다.
아침에 비가 내리고 날씨마저 궂어 적상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서창 통제소에서 안국사 이정표(3.2km)를 따르면 돌계단 길을 한참을 오른다.


돌계단 길이 끝나면 장도바위를 거쳐 적상산성 서문터까지 흙길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데 단풍은 거의 말라서 볼만한 단풍이 없었다.


단풍은 다 말라 버려 아쉬웠지만 그나마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낙엽이 수북하게 깔린  길이 단풍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장도(長刀)바위에 도착한다. 최영 장군이 칼로 잘랐다는 전설이 전한다. 


장도바위 바로 위에는 적상산성 서문 터가 있다. 


적상산성 서문 터를 지나 완만한 길을 따르면 능선에 서게 되는데 좌측 길을 따라 향로봉에 오른다.
향로봉에서 조망은 흐린 날씨 탓에 좋지 않다.

향로봉에 올랐다가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온다.


능선에서 점심을 먹고 적상산 정상을 지나 도착한 곳은 안렴대다. 
적상산 정상은 기봉인데 통신 시설물 때문에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안렴대에서 조망 역시 흐릿한 날씨 때문에 좋지 않았다.


안렴대에 갔다가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안국사다.
안국사는 차량들로 몹시 혼잡하다. 


차량들로 혼잡한 안국사 경내를 빠져나와 아스팔트 길을 따라 일킬로 미터쯤  내려오면
치목마을  이정표가 나오는데,  치목마을까지는 2.5km를 가리킨다.


치목마을까지는 전형적인 육산의 포근한 길이 이어진다.
송대폭포가 나오기 전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이 가을에 진달래가 피어 있다.

하기야  토요일날은 산골 어느 마을에 갔다가 개나리가 핀 것도 봤는데,
요즘은 가끔씩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현상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송대폭포 위 산사면은  마지막 불꽃처럼 단풍이 타오르고 있다.




송대폭포에 도착한다. 층층바위 암반 위로 물줄기가 떨어진다는 곳인데 
가을 가뭄 탓으로 물줄기는 겨우 시늉으로만 흐르고 있다.  

송대폭포를 지나 부드럽고 포근한 흙길을 따라 내려오면 
어느새 삼베 짜는 마을로 유명한 치목마을이다.


치목마을 감나무들은 활개를 쫙 펴고 주렁주렁 감을 달고 있다. 

산우(山友)들은 적상산 산행 소감을 마치 동네 뒷산 올라갔다 온 느낌이라고 한다.
된비알도 없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산행길 때문이리라.

적상산 산행은, 절정의 단풍은 볼 수 없었지만, 만추(晩秋)의 서정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산행이었다.
 















 

by 별곡 | 2009/11/02 19:13 | 산행기 | 트랙백 | 덧글(10)

지리산 남부능선(삼신봉~쌍계사)에서

헌걸차게 달려가고 있는 지리산 주능선 위, 파란 하늘에 옥양목보다 더 흰 구름이 가볍게 떠 있다.
햇살은 산등성이 위로 가득, 그리고 거침없이 쏟아져 내린다.

가을의 아름다움은 현란한 색채에서 나온다. 지난여름이 녹색이 지배하던 일인 천하였다면,
가을은 다양한 색깔들이 어우러져 빛나는 색채 마술을 보여주는 색(色)의 세상이다.

여름철 내내 녹(綠) 하나로 단조롭던 숲에, 어느새 황(黃)과 적(赤)과 등(橙)이
햇살과 비와 바람을 타고 실려와 숲을 물들인다.

숲은 고운 빛깔로 단장하느라 분주하다. 흥성흥성하다.

막새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들은 일제히 몸을 흔들어댄다.
바람으로 술렁거리는 숲속에 눈부신 빛기둥이 비추면
나뭇잎들은 은밀한 제 속살까지 내보여 준다.

저 북녘에서부터 사람이 걷는 속도로 내려온다는 단풍이
지금 지리산 자락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내일이나 모레, 아니 글피쯤 단풍은 또 어느 산자락에서 서성거리고 있을까요.


삼신봉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지리산 주능선 위 파란 하늘에는 눈처럼 흰 구름장들이 떠간다. 




빛기둥이 비출 때 단풍잎들은 마치 실핏줄처럼 퍼진 잎맥들을 드러낸다.


삼신봉에서 본 내삼신봉(삼신산정)


핏빛 단풍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있고 뾰족하게 촛대봉이 보인다.


내삼신봉(삼신산정)에서 본 삼신봉


쇠통바위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주홍빛, 핏빛 단풍, 파란 하늘. 가을이 보여주는 색채 마술은 현란하기만 하다.

by 별곡 | 2009/10/21 20:32 | 아름다운 산하(山河) | 트랙백 | 덧글(11)

영남 알프스(간월산~신불산~영축산)

영남 알프스라 일컫는  간월산(1083m), 신불산(1159m), 영축산 (1081m)에 다녀왔습니다.
9월 초순경 지리산에 오르고는, 직장 일에 이사에 여러 일이 겹치다 보니,
오랜만에 한 산행이었습니다. 
 

영남 알프스는 울산 울주, 밀양, 청도, 양산에 이르는 17개 산군(山群)을 지칭하는데,
여기에는 1000미터가 넘는 산이 7개 있습니다.
산꾼들은 이 산들의 마루금을 걷는 데 대한 로망 같은 것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이 산들 중 표충사를 품고 있는 재약산과 통도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영축산을
각각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세 산을 연계해서 오르는 것은 처음입니다. 
 

배내고개를 산행 들머리로 하여 간월산, 그리고 신불산을 거쳐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에 오른 후
지산리로 하산했습니다. 약 6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배내봉에서 본 가지산



간월산 정상. 멀리 운문산이 보인다.





간월산 산사면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간월산 내리막 길에서 본 간월재.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이 신불산.



간월재로 내려가면서 뒤돌아본 풍경.



간월재 풍경. 간월산과 신불산을 연결해 주는 이곳은 가을 정취를 즐기려는 많은 산꾼들로 붐볐다.





산에서 보는 풍경은 정직하다.
땀을 흘리고 오른 만큼만 보여준다.
땀 흘려 오르지 않은 사람은 이런 풍경을 볼 수 없다.





신불산 능선에서 본 간월산



신불산 능선에서 본 영축산 쪽 풍경.
하늘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오후의 지는 햇살 때문에 실루엣으로 보이는 산들은
눈길 닿는 끝에서 물색으로 풀어져 빛 속으로 아스라하게 사라진다.



신불산 정상에서 본 영축산.
사람들은 이 높은 곳까지 물건을 가져와 판다.
낡은 파라솔은 어쩌면 인간들의 물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는지.



신불산에서 영축산까지 이어지는 능선도 산꾼들로 붐빈다.



신불산과 영축산을 잇는 능선길 단애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영축산 고평원 지대. 억새가 핀 이곳은 마치 부드러운 평야지대를 연상케 한다.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축산 북릉은 넓고 부드러운 고평원 지대로, 억새가 일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by 별곡 | 2009/10/14 21:13 | 아름다운 산하(山河)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무룡산의 들꽃

무룡산은 향적봉에서 남덕유산까지 이어진 덕유산 주능선에 솟아 있습니다.

거창군 북상면의 황점마을에서 1시간 반쯤 된비알을 올라채면 덕유산 삿갓재 대피소가
나오는데 대피소 앞에서 우측 길을 따르면 무룡산으로 가고, 좌측 길을 따르면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로 가게 됩니다.

무룡산 가기 전 산등성이 좌우측으로 제법 넗은 개활지가 펼쳐지는데, 이곳이 원추리 군락지입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능선에는 온갖 들꽃들이 만발합니다.

무룡산을 오른 것은 순전히 들꽃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들꽃을 구경하고 동엽령에서 안성계곡을 따라 안성탐방지원소로 내려가는
하산길에는 덤으로 칠연폭포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8월 16일에 갔을 때 원추리는 많이 졌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꽃들이 남아 있어 볼만은 하였습니다.


무룡산 오름길 옆 개활지에는 긴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계단 좌우측으로 해마다 원추리가 만발합니다.


일월비비추. 절정기를 지나 바람에 찢긴 꽃잎들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모시대


참취.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모시대와 참취가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바위채송화


물레나물. 꽃잎이 바람개비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노란 꽃잎 때문에 금사호접이라고도 합니다.


까치수영


흰진범


정영엉겅퀴


산오이풀


안성계곡




칠연폭포


함께 하는 산우들에게 아는 들꽃들 이름을 하나씩 일러 주는 것도 산행에서 느낄 수 있는
자잘한 재미 중 하나입니다.  

오는 주말에 지리산에 가면 가을 들꽃들을 볼 수 있겠지요?

by 별곡 | 2009/09/01 17:44 | 꽃이 핀 풍경 | 트랙백 | 덧글(20)

속초 소경

설악산 등반을 마치고 소공원에 내려오니 12시가 채 못 되었습니다.

날씨 때문에 공룡능선에 오르지 못했는데, 소공원에 내려오니 날씨가 갭니다.
소공원에서 설악을 올려다보니, 구름과 안개가 설악을 휘장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매번 설악에 올 때마다 시간에 쫓기듯 내려갔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좀 있어
대포항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속초 대포항


속초 대포항은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습니다. 즐비한 횟집에서 호객하는 주인과 적당히 흥정을 하고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도 버스가 출발할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어서 버스터미널과 가까운 동명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동명항 옆에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영금정이 있습니다.


속초 영금정

영금정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 때면 신비한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가 거문고 소리 같다 하여 영금정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영금정에서 본 한여름 풍경






영금정에서 본 속초 동명항 풍경


오후 3시에 출발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그날은 여름 휴가의 막바지 절정기라 고속도로 정체가 심했습니다.

by 별곡 | 2009/08/28 14:35 | 길떠나기 | 트랙백 | 덧글(6)

설악산의 들꽃

여름 산행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들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예전에는 들꽃들을 보아도 '이름 모를 꽃'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소위 '이름 모를 꽃'들을  예쁘게 사진에 담아와서
인터넷에 올리면 이름을 다 알 수 있습니다.

김춘수 시인이 '꽃'이라는 시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이름 모를 들꽃은 비로소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됩니다.

산에 가시거든 가만히 들꽃들 이름을 불러 주세요.
들꽃들이 방그레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솔나리. 화려한 시절은 가고, 이제 지고 있습니다. 설악산 봉정암 사리탑 뒤 산자락에서 무심히
사리탑을 내려다 보고 있던 녀석입니다. 



참당귀. 소청산장 앞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배초향 사이에 홀로 피었습니다.


배초향. 소청산장 앞에 무리를 지어 피었습니다.




금강초롱.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대청봉 오름길에 핀 녀석들입니다.




바람꽃. 대청봉 오름길에 산오이풀과 함께 가장 많이 핀 꽃입니다.


둥근이질풀. 중청대피소 부근에서 만난 녀석들입니다.




by 별곡 | 2009/08/25 14:34 | 꽃이 핀 풍경 | 트랙백 | 덧글(6)

설악산(백담사-봉정암-중청대피소-천불동 계곡-소공원)사진 산행기

3년 전, 그러니까 2006년 8월 말에 설악산에 갔었습니다. 공룡능선을 오르기 위해서 말입니다. 
공룡능선은 산꾼들의 로망이지요. 그때 공룡능선을 처음 올랐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설악산까지는, 남한 땅 끝에서 끝이니까 큰맘을 먹지 않고는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룡능선. 2006년 8월 30일 촬영

그 당시 공룡능선에 오를 때는 날이 매우 좋아 아름다운 공룡의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었습니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여름 휴가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8월 둘째 주 
주말에 다시 공룡능선을 오르기 위해 설악을 찾았습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과 소청대피소를 거쳐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공룡능선에 오르는
코스는 3년 전 코스와 똑같습니다.  

3년 전 구곡담 계곡은 수해로 인하여, 시쳇말로 쑥대밭이 되었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아직도
수해의 생채기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지만 정비를 잘 해 놓았습니다.


용대리 입구에 핀 꽃들이 산꾼들을 반갑게 맞아 줍니다.
용대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20여 분쯤 가면 백담사가 나옵니다.
산행은 백담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백담사를 출발하여 1시간쯤 지나면 영시암이 나옵니다.
영시암 채마밭의 상추들이 싱싱합니다.










구곡담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


용손폭포를 지나는 산행객들. 어느 절의 불교대학 산악회에서 봉정암 순례를 위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구곡담 계곡 좌측으로 용아장성의 암릉들이 수려한 자태를 자랑하며 우뚝 솟아 있습니다.


용아폭포. 계단을 올라가면 쌍폭이 나옵니다.




쌍폭. 짙푸른 물색만 봐도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구곡담 계곡에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소(沼)와 폭포가 많이 있는데, 국립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안내판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구곡담 계곡과 작별을 고하고 된비알을 올라채면 해발 1244m에 위치해 있는 봉정암에 도착합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리탑이 있어 불교도들에게는 성지 순례 코스에 들어가는 곳이어서 
험한 산길을 마다하지 않고 많은 신도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봉정암 사리탑. 부처님의 뇌사리를 봉안했다고 하여 '불뇌보탑'이라고 부릅니다.
자연 암석을 탑의 기단부로 삼아 그 위에 바로 오층석탑을 올렸습니다.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간절한 소원을 비는 부부의 정성이 참으로 갸륵합니다.


사리탑 옆에 있는 곰 형상의 바위. 
어쩌면 설악에서 살던 곰 한마리가 부처님께 간절한 소원을 빌다
그대로 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봉정암을 떠나 40여 분 정도 가풀막진 길을 올라채면 소청대피소가 나옵니다. 
흐린 날씨가 소청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기어코 비를 뿌리고 맙니다. 




소청대피소의 조망. 구름이 설악의 아름다움을 너울처럼 감싸 버렸습니다.


소청봉에서 중청가는 길은 계단을 놓아 정비를 했습니다.
3년 전 왔을 때도 이곳에서 비를 만났는데 오늘도 또 비를 만납니다.


드디어 중청대피소와 대청봉이 보입니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배낭끈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세상은 온통 구름 바다가 되었습니다.

대청봉에 오릅니다.

산봉우리들은 구름 바다 위에 섬이 되어 떠 있습니다.
구름 바다 위를 건널 수 있는 배가 있다면 그 배를 타고 섬이 되어 떠 있는
저 산봉우리들을 향해 노를 저어 가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어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기분을 만끽합니다.
 








조물주는 구름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아름다운 꽃까지 선물해 줍니다.
나도바람꽃과 산오이풀이 산상화원에 만발했습니다.
꽃과 어우러진 장쾌한 파노라마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대청봉에서 한참을 머물다 중청대피소에 내려오니 해가 집니다.
산 위에서 보는 노을이 참으로 곱습니다.


다음날 일찍 눈을 떠서 갈 길을 서두릅니다. 아침을 희운각대피소에서 지어 먹고
공룡에 오르기로 하나, 날씨를 보아 결정하기로 합니다.  



어둠 속에서 중청대피소를 떠나 소청봉 내려가는 계단에 서니 눈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우측으로 용아장성릉의 용의 이빨이 조금 보입니다.


소청봉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계단도 다시 놓았고,
돌길도 많이 다듬었습니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아침을 해 먹고 날씨를 보았습니다. 날이 갤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공룡능선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가 없었으나,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슬비가 그칠 줄 모르고 천지는 안개가 가득하여 결국 공룡능선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결정합니다.











천불동 계곡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 하는 길에, 비는 계속 내립니다. 이제 사진도 찍을 수 없습니다.
비선대에 내려와서 마등령으로 가는 이정표를 보니 공룡능선을 오르지 못한데 대한 
진한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설악동 소공원에 도착하니 비로소 비가 그칩니다. 

마음속에 담아온 설악의 풍경들이 가끔씩 눈에 선합니다. 


 




by 별곡 | 2009/08/22 14:57 | 산행기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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